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난 예수회 신부 앤소니 드 멜로(1931-1987)는 평생토록 피정 지도, 영성지도자 양성으로 헌신하며 인도의 로나불라에 있는 ‘사다나 사목연구소’의 소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영성과 지혜에 관한 많은 책을 저술했는데, 「종교박람회」(분도출판사)라는 책 속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복음서 속의 대화
예수: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시몬 베드로: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정녕 복되구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시다.
오늘날의 대화
예수: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리스도인: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훌륭하고 옳은 대답이다. 그러나 너는 불행하구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그것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배웠기 때문이다.
드멜로 신부가 쓴 이 짤막한 단상은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불쑥 질문부터 던지십니다. 베드로는 당황했습니다. 베드로에게는 그 대답을 가르쳐줄 친구도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베드로에게 정답을 가르쳐주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베드로처럼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질문의 정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그 정답을 외우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론 우리의 대답은 베드로의 고백처럼 반석과 같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대답은 같아도 그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베드로에게 그 답을 가르쳐준 분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지만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그 답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험에 나올 문제들을 미리 예상하고 그 정답을 암기하는 그리스도학원의 수강생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그리스도그룹의 면접시험에 나올 질문들을 예상하고 모범답을 미리 준비해놓은 신입 신앙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멜로 신부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서 미리 대답을 다 해주는 바람에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것을 가르쳐주실 겨를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 신앙의 위기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 미리 답을 주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데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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