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기적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30

일본에서 수십년 일하다가 은퇴하는 한 기관사의 고백을 기억한다. 그는 그의 삶을 기적이라고 하였다. 오랜 기관사 생활에서 한번도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그는 출발 전에 안전을 위해 기도하였고 도착하면 감사의 기도를 빼지 않았다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 아니냐고 하였다.  

 

사실 산다는 것은 곧 기적이다. 나는 5남매 중 하나였는데 전쟁통에 다 죽고 나만 남았다. 그야말로 기적인데 그 기적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 고교시절의 폐결핵은 나의 삶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 병으로 고생하며 보냈는데 결국 치료 되었다. 이 기적의 의미는 무엇인가. 12살에 아버지가, 스무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 남은 돈 (물려 받은 유산이랄까)700원이었다. 감사하게도 숙부가 계셔서 큰 의지가 되었다. 대학 마치고 유학까지 갔다. 유학시절 교통사고에서도 목숨을 건지고 가벼운 후유증 외엔 생활에 별 지장이 없는 건강을 가지고 살아간다. 부유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장성하였고 아직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니 이 모든 기적적 현실은 또 무슨 뜻인가. 이런 유의 기적이 모든 이들의 삶에 나타나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음악계에서 성공한 내 친구 하나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고 또 엄청나게 노력도 하였다. 16세에 이미 한 교향악단의 최연소 단원이었다. 그 후 미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 40여 년만에 그 교향악단 지휘를 맡게 되었다. 내 생각엔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그는 내게 ,이상한 기분이다,” 고 하였다. 그 조차도 산다는 것을 기적같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내 삶이 기적인데 이 기적의 의미가 무엇일까 두려운 마음으로 찾아보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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