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친구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9

사람은 여러 종류의 친구를 사귀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동네친구, 학교동창, 운동친구, 교회친구, 군대친구, 직장친구 등 다양하다. 나름대로 필요하고 좋은 친구들이면서도 어떤 경우 한계도 느끼게 되는 친구들이다. 이런 친구들의 경우에는 그 한계를 감안하고 지내야 한다. 너무 큰 기대를 했다가는 섭섭한 경우를 만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차포떼고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참으로 좋은 진짜 친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진짜 친구라면 무슨 말이든 또 무슨 짓이든 함께 할수 있어야 한다. , 서로 통해서무슨 말이든 허물없이 하고 또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참 말이 안 통하는 이들이 많다. 가령, 나는 어떤 목사의 설교를 못마땅해 하는데 상대는 그 목사의 설교를 높이 평가한다. 더 이상 할 말 없어진다. 어떤 이를 지칭하며 칭찬하려고 그 사람 . . .” 어쩌고 말을 꺼낼라치면 상대는 그래, 맞아, 그 놈 나쁜 놈이더라고.” 한다. 이쯤 되면 둘 사이에 얘기가 계속 될 수가 없다. 진짜 친구라면 같은 사람을 좋아할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의 친구면 내 친구도 되고 내 친구면 그의 친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면 그건 생각이 다르다는 뜻이고 생각이 다르면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다. 사실 생각도 같고 생각의 수준도 같아야 참 친구가 될 수 있다.  

 

또 허물이 없다는 말은 서로가 너무 샅샅이 잘 알아서 숨길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진짜 친구라면 좋은 일 궂은 일을 같이 할 수 있고 못된 짓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친구로 남아있는 것은 으레 어릴적 친구나 학교동창들이다.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관계에 있는 이들이다. 남자들은 가까운 어릴 적 친구를 불알친구라고 하지 않는가.  

 

좋은 친구 진짜 친구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돈 좀 벌었다고, 좀 출세했다고 거들먹거리는 자는 이미 친구가 될 수 없는 자다. 중고등학교 동창모임에 가 보면 그런 자들이 나타나곤 한다. 사실 변한 것은 사람이 아니고 환경일 뿐이다. 동창회 모임은 옛 학교친구들의 모임이지, 목사, 사업가, 졸부들의 자기 선전을 위한 모임이 아닌 것이다.  

 

진짜 친구는 언제 어디서 만나든 반갑고 편해야 한다. 어느 해엔가 4학년 학생들과 졸업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버스를 대절해서 남해안을 도는 여행이었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러 갔다. 한데 그 버스 운전석에 친하던 고등학교 동창생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대뜸 그 친구는 내 어릴 적 별명을 부르며 반가와 했다. 나도 저절로 병신 너 . . .” 어쩌고 하며 속으로 잘 됐다 싶었다. 이왕하는 여행, 친구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아닌가. 한데 배웅 나온 우리과 교수들중엔 걱정하는 이가 있었다. 동창이라도 하나는 교수요, 하나는 운전사라면 얼마나 거북할 것이냐는 걱정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학생들은 나보다 내 친구를 더 좋아하고 더 좋아하고 따르며 친절히 대해 주었다.  

 

사실 진짜 친구라면 내게 귀한 사람이고 항상 내 쪽에서 참 친구가 되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어려움도 같이 나누어야 참 친구다. 내 형편에 맞추어서만 친구를 대하고, 혹 이용이나 하려들고, 불편하다고 박대하면 참 친구일 수 없다  

 

어려서 할머니에게 듣던 얘기를 기억한다. 한 부잣집 청년이 친구가 많았더란다. 아버지가 다 진짜 친구인지 알아 볼 것을 제안하였다. 그 청년은 자신있게 대답하고 아버지의 계획대로 준비를 하였다. 귀한 보물들을 비단에 싸고 그걸 거적에 말아 시체를 싼 양 짐을 꾸리고 그 짐을 지고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거 였다. 야밤중에 한 친구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숨고 아들이 친구를 찾았다. 친구가 안에서 대답하였다. 급한일이니 좀 나와줘야겠다고 하니 그 친구가 문간으로 왔다. 그래 그 청년은 어찌어찌하다 그만 살인하게 되어 시신을 싸왔는데 그 처리를 좀 도와달라고 하였다. 상대는 펄쩍뛰며 친구까지 잡느냐며 문을 걸고 돌아보지도 않고 들어가 버렸다. 이런 식으로 소위 친구들의 집을 순방하였으나 모두 같은 지경이었다. 그래 이번엔 아버지가 하나뿐인 자신의 친구집엘 가 보자고 하였다. 아들은 많은 자신의 친구중에도 도우려는 이가 하나도 없었는데 친구 하나가 무슨 도움이 되랴 싶어 아버지를 따라갔다. 이번엔 아들이 숨고 아버지가 친구를 불렀다. 아버지는 아들이 하던 대로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의 친구는 주위를 살피고 급히 아버지를 안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음을 감지한 듯 아버지를 위로하며 일 처리를 서둘렀다. 이때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들여 앉히고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그래 아버지는 참된 친구를 통해서 아들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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