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입장 차이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9

요즈음에는 공공건물 공공시설이 많아서 혹 길 가다가 급히 용변이 보고 싶어도 문제가 없다.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에는, 지금도 지역에 따라서는, 참으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어디 식당이라도 눈에 띄면 화장실 사용허가를 부탁하게 되는데 . 그땐 참 미안스러운 마음으로 묻게된다.  

 

미국 유학시절에 피자집에서 주말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곧 잘 지나가던 이들이 차를 세우고 들어와 화장실을 묻곤 했다. 그리고는 사용 후 고맙다며 나가곤 한다. 시간제로, 주문 받고, 설거지, 청소를 하는 나로서는 피자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 중에 이 화장실만 사용하고 가는 이들이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게 아무 부담도 안 주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쪽을 가리켜 주는 것으로 끝이고 참으로 시원해졌다는 표정으로 하는 인사만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데, 그런 때 그 집 주인이나 매니저의 태도는 다르다. 편치 않은 심사가 얼굴에 나타난다. 그들의 매상이 올라야지 그냥 왔다 가는 이들은 반가울 리가 없다. 한무리가 들어와서 잔뜩 먹고 치울거리를 한 상 쌓아놓고 가는 손님이 그들에겐 최고다 . 나에겐 그런 자들은 원수 같다.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을 기독교 학교에서 보냈다. 가끔 기독교 학교 끼리 축구, 배구 등 친선 경기를 하곤 하였다. 각 팀을 모아 놓고 각 학교의 교목이 기도하고 시합을 하곤 하였다. 물론 목사들은 자기 학교 팀이 이기기를 기원하였다. 하나님의 입장이 참 난처할 거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또 소풍가는 날이면 으레 좋은 날씨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가물어 농촌에선 비를 간절히 원하는 때에도 그랬다. 우리는 소풍 때마다 비를 맞았다.  

 

전철 안에서의 젊은이와 노인의 입장도 다를 것이다. 노인은 앉아 있는 젊은이가 미울 것이고 젊은이는 서있는 늙은이에게 늙은이가 왜 나와 다니나?” 하고 속을 끊일 것이다. 차 몰고 갈 땐 느릿느릿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밉고 비오는 날 걸어갈 땐 물을 튀기며 가는 운전자가 죽이고 싶어진다  

 

의사는 사람들이 아프기를 바라고 장의사는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건강해서 오래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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