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대학원생들에게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7

샌 학벌도 팽창되어 그런지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전에는 대학졸업하고 취직은 안되고 하는 젊은이들이 집이 넉넉하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데 요즈음에는 직장을 가진 이들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마 더 배워야겠다는 욕망이나 직장에서의 대우문제 등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그 이전 단계에서의 공부와는 다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공부가 기존의식의 섭취였다고 하면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그 기존지식을 기초로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일구어내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자신의 논리전개를 통해서 기존의 지식에서 새로운 것을 끌어내는 작업이 대학원에서의 공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학생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의 역할도 다르다.

 

초 중등학교의 교원은 모든 면에서 학생들의 본이 되어야 한다. 그 때 수준의 학생들은 선생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교수는 이미 성인들을 상대로 하니 만큼 충분한 지식전달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가르치는 이의 역할은 학문에의 안내역이다. 여러 가지 형태의 강의를 자유로이 수행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적절한 자료제공, 새로운 학문적 유형(paradigm) 을 소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원 학생들은 새 시대, 미래 시대의 새로운 학문과 삶의 유형을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이 때에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요령 피우지 않는 노력과 사고력이다. 나는 이 점에서 학생들과 부딪히곤 한다. 우선 노력을 하려들지 않는다. 다들 소위 시장원리에 물이 들었는지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도무지 읽지를 않는다. 공부는 곧 읽는 것이다. 논문 지도랍시고 할 때 절실하게 느끼는 현상이다. 우선 남의 것을 읽고’ ‘자기 생각을 쓰는작업이 논문쓰는 일일텐데 남의 것을 베끼고’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학생들이 너무 많다. 예를들면, 앞부분과 뒷부분의 문체가 다르다. 사용한 기호 번호가 다르다. 앞에 인용한 것 없이 앞에서 인용한대로 . . . ” 란 표현도 자주 발견한다. 그러다 보니 무얼 썼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자신의 생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남의 생각을 기본으로 하라니까 베낀다고 해도, 일단 베낀 것을 정돈해서 자신의 글로 만드는 성의는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또 하나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Descartes, Rene 1596~1650) 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사람은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런데도 대학원까지 와서 공부한다는 이들이 생각이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쓴 글의 내용을 자신이 모르는 판이다.

 

대학원에서는 스스로 공부할 줄 알아야 한다. 죽어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학문에 요령은 없다. 투자한 시간만큼 얻는 것이다. 요령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공부다. 그렇다고 그 노력에 대한 현실적 보상이 꼭 있지도 않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하다보면 끝나는 날이 있는 것이 공식적 교육기관에서의 공부다. 학문에 끝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공부가 안 될 때에는 책을 보라.” 가 가장 적절한 충고일 것이다. 그리고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솔로몬은 비판력을 간구함으로 (열왕기상 3:9) 많은 능력과 부를 받았다고 한다. 오늘도 특히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판단력이다. 최근의 학문술어로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이라고한다.

 

미국 어느 교수의 말이다.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학기말과제를 말해 주었다. 논제를 정해 주었는데 정론(正論)과 반대되는 논리로 틀린 내용을 소개했다. 학기말에 제출된 학생들의 논문(term paper)을 평가했다. 한데 동양학생들은 교수가 학기초에 제시한 대로 틀리는 답을 추구 하였고, 미국학생들은 교수의 제안과는 다른 자신들의 생각을 써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교수는 동양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촉구하였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지 못할 사람들  (0) 2008.08.09
아픔을 안고 산 사람들  (0) 2008.08.09
내가 만난 미국사람들  (0) 2008.08.09
오해  (0) 2008.08.09
다이어트  (0) 200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