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늙은이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30

90이 넘은 내 선생님은 내가 환갑을 맞았다니까 늙은 젊은이라고 해야 하나 젊은 늙은이라고 해야 하나 망설여 진다고 하셨다. 늙었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60에 비해선 7070에 비해선 80이 더 늙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단순 연령은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피아니스트 Rubinstein95세에 타계했다. Time 에 난 그를 애도하는 글의 끝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다.” 였다. 

 

앞서 말한 존경하는 나의 스승은 이제 90을 넘기셨다. 그런데도 그의 인품은 더욱 고매해져가고 그의 사상은 점점 더 위대해져 간다. 또 그의 총명성이나 기억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번은 제자 3회가 선생님을 모시고 얘기를 나누었다. 자연히 옛 얘길 하게 되었고 옛 동창들 얘기가 나왔다. 우리들 제자 3회는 옛 친구 이름이 가물가물하여 어물거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정확한 이름을 대시거나 혹 틀린 이름을 정정해 주셨다. 지금은 외국에 계시지만 가끔 서울에 오시면 제자들끼리 모시기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어느 모임에서 인가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가 감동하였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며 선생님 같은 분이 가르치는 일을 맡는 거다. 나 같은 놈은 남 가르칠 자격이 없다.” 고 생각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동료 교수들을 만나 나의 심경을 토로하며 얘길 나누다가 안되겠구나. 나라도 교단에 서야겠다.” 고 생각을 바꾼 적이 있다. 동료들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들은 우리 아니면 큰 스승 잃을 뻔했네.” 하며 비아냥거렸다.  

 

어쨌거나 이런 분들은 말고 보통 늙은이들이 문제다. 어른들의 말을 따르면 노인들이 명심하고 행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우선 나이 들면 추해지니 깨끗이 하고 멋을 부리라는 것이다. 젊어서는 멋 안부려도 젊음자체가 멋인데 늙으면 그렇질 못하니 인위적으로 멋을 부려야 한다는 말이다. 한데, 이것이 지키기 어렵다. 게을러지기도 하고 또 뭐 늙은 주제에.” 하는 심경도 있고 하여 멋을 부리게 되지 않는다. 멋을 부리는 경우 어떤이는 마음은 젊어서젊은이처럼 차려 입는다. 이건 더 꼴불견이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에게 짐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은 제자들이 은퇴한 교수 내외를 초청하여 여행을 하였단다. 그 부인은 휠체어를 타는 형편이었다. 젊은 제자들은 사모님의 휠체어를 번갈아 끌며 여행을 했다. 늙은 교수 내외는 제자들이 자기네를 청해 준 것은 평소의 존경심에 비롯된 것으로 알고 흡족해 하며 즐겼다. 그러나 여행 후 제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놀지도 구경도 못하고 휠체어만 끌었네.” 가 모두의 푸념이었다.  

 

노인들은 이미 마음이 약해져서 잘 속는다. 문제는 자신에게 조차 속는다는 점이다. 속지 않으려면 젊어서 늙은 후의 행동강령이라도 적어 놓아야 할 것 같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고  (0) 2008.08.09
기적  (0) 2008.08.09
기다림  (0) 2008.08.09
친구  (0) 2008.08.09
입장 차이  (0) 2008.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