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기도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5

우리 부모님과 누나와 나는 1947년 여름에 월남하였다.  우리는 서울 친척집에서 임시로 기거하였다. 일곱 살이던 나는 어느 날 그 집 어디였던가, 화경(돋보기)을 하나 주웠다. 그것으로 무언가를 태우며 노는 것이 신기하여 큰 즐거움이었다. 한데 어느 날 엿 장수가 지나가며 가위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그 엿이 너무도 먹고 싶어졌다. 생각하다가 가지고 놀던 화경을 들고 가서 엿과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다. 행복하게도 화경과 엿을 바꾸어 갖고 누가 볼까봐 혼자 숨어서 다 먹었다.

 

그리고는 내가 남의 화경을 가지고 엿을 바꾸어 먹은 것을 깨닫고 불안에 떨기 시작하였다. 나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고 자랐다. 그래 기도하는 것을 알았고 죄를 지으면 지옥간다는 것도 알았고 죄는 회개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죄를 지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나는 곧 회개의 기도를 하였다.  그 기도는 오래 계속 되었다. 아마 중학교에 들어가서 더 못된 짓을 해서 양심이 무디어질 때까지 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감사하게도 나는 중학교 입학시험에 일등으로 합격하였다. 기쁘고 감사하였다. 나는 이때부터 회개의 기도에 더해서 감사의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일에 감사하였다. 결국 친구들과 어울려 못된 짓을 하다가 모두 선생님께 들켜 야단을 맞는데 나만 용케 빠져 나왔을 경우에 깊이 감사기도를 하였다. 시험 때 살짝 책을 들쳐보고 한 문제가 더 맞고 시험감독 선생님께 들키지 않았을 때에는 더욱 감사하였다.

 

이렇게 매사에 감사하다 보니 차차 필요한 것을 구하는 기도를 하게 되었다. 성경에 구하면 준다는 구절 ( 마 7:7, 눅 11:9 ) 을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간절히 구하는 기도를 하였다. 시험공부를 충분히 못하고도 답을 바로 찍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곤 하였다.  영화관에 몰래 숨어들어 갈 때에도 들키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주일에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내가 기대고 기도하던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를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해석하시는 것이었다.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것이 곧 노력이며 노력이 기도라는 말씀이었다. 학생이나 학자는 열심히 공부하자는 것이 기도요, 일꾼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기도요, 사업가는 정직하게 사업을 하는 것이 기도요 . . .뭐 이런. . .뜻이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얘기다. 연년생인 초등학교 1,2,3 학년되는 아이 셋이 겨울에 연을 만들어 날리러 갔다. 연이 잘 날았던지 너무 높이 올라가 버렸다. 연줄을 감아야겠는데 너무 높이 날아 몹시 힘들었다. 추운 겨울에 손발은 시려오고 연줄은 쉽게 감기지 않고 하여 한 아이는 연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단다. 결국 연줄을 다 감았고, 지금도 그 순진하던 때 얘기를 하곤 한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는 산타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체적으로 원하기 시작하였다. 때가 되어 무엇을 원하느냐고 하면 비밀이라고 그냥 기도한다고 하였다. 그래 꾀를 내어 할아버지에게 선물 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헷갈릴지 모르니까 머리 밑에 써 놓으라고 일렀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 가지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사러 나가곤 하였다. 큰 아이가 육학년 쯤 되자 크리스마스 선물은 정말 누가 주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모두 부모가 몰래 준다고 한단다. 나는 또 꾀를 내어 “산타할아버지가 준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부모가 선물을 준다고 믿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선물을 준다.”고 하여 입을 막았다.

 

아이들이 커서 대학엘 가게 되었다. 큰 아이 때 였다. 학과 선택을 하는 눈치여서 “기도해서 정하라.”고 하였다. 그 아이 대답은 "나같이 똑똑한 아이는 하나님이 필요로 하실테니까 신학교 가라실 것이 뻔해서 기도를 못하겠어요." 였다.  둘째 차례가 되었다. 같은 얘길 해주었더니 그의 대답이 “ 고등학교에 갈 때 00학교만 빼고는 어디나 배정해 주셔도 좋습니다 했는데 하필 00 고등학교에 배정이 되었잖아요. 하나님이 늙으셨는지 말귀를 분명히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 기도를 못하겠어요.” 였다.   셋째 때는 선택은 커녕 아무데나 붙기만 감지덕지 할 판이었다. 우리 모두 그저 붙게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4년 후에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오래 전 한 친구의 모친이 연로하셔서 치매기가 좀 있으셨던 가보다. 그가 갑자기 교회엘 열심히 나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어머니 망녕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나온다는 거였다. 나는 제법 어른스럽게 아는 척하며 “이것은 이기적은 태도이다. 오히려 우리가 어머니의 망녕을 감당하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해야 옳다.” 충고(?) 하였다. 친구도 그 말이 옳은 거 같다고 하였다.

 

세월이 더 흘렀다. 하나님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고 몇 배나 더해서 이루어 주심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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