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세 교장 이야기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4:45

요즈음 학교 선생님들의 형편과 입장이 말이 아니다.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분명한 한 가지 이유는 본인들에게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선생님들의 신분을 동직자로서 보호하고 옹호할 입장에 있는 교육계 내부의 사람들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교육부장관은 교사들의 정년을 낮추고 봉급을 깎아 버렸다. 또 어떤 장관은 교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해 주기는 커녕 거들먹거리며 이것저것 지적하며 책망만 하기도 했다. 그러하다 일찍감치 쫓겨났다.  

 

나는 교사들의 힘이 되어준 훌륭한 교장, 교육이 무엇인지를 아는 참된 교장, 학생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랑의 교장을 알고 있다.  

 

한 분은 오래 전 서울의 한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요새 보다 심하진 않았어도 그때에도 극성스런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항의는 있었나 보다. 한 번은 한 학부모가 아이의 담임 선생에 대한 불만(그 내용은 잊었다)을 교장에게 고하였다. 교장은 형편을 알아보고 나서 자신이 잘 처리하겠으니 그리 알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 학부모는 그 교사를 고소하겠노라고 고집하였다. 결국 그 교장은 학생의 학적부를 가져오게 하였다. 학적부에서 그 학생의 것을 찾아 빨간 색으로 긋고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말했다. “, 이제 학부모님의 아이는 제적됐습니다. 그 교사를 고소하셔도 됩니다. 저는 우리 학교 학부모가 우리 학교 선생님을 고소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또 한 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이 교장은 자기 친구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로 전근이 되어 새 교장으로 부임했다. 학교는 정리되어 있었고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한데 날이 가면서 점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흐트러지고 교정은 더러워져 갔다. 하루는 친구인 전 교장이 방문하여 둘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전 교장이 말했다. “내가 교장으로 있을땐 학생들의 생활태도도 흠 잡을 데 없었고, 교정도 깨끗했는데 자네가 와서 엉망이 되었네 그려.” 이에 대한 새로 부임한 교장의 대답은 이러하였다. “자네는 교육을 한 게 아니라 감독을 한 거지. 자네가 교육을 했더라면 자네가 떠난 후의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나 생활태도가 변하질 않았을 걸세. 따라서 학교도 정리되어있고 여전히 깨끗했겠지.”  

 

또 다른 한 교장은 미국 Seattle의 한 초등학교에 있었던 미국인 교장이다. 이 학교에 한국에서 갓 이민 온 가정의 어린 두 쌍둥이 딸이 입학했다. 영어는 물론 미국생활 아무것도 모르는 두 자매는 늘 같이 다녔다. 화장실에도 같이 가고, 매점에도 같이 가고 교실에도 물론 같이 가고 하였다. 한데 그들이 가는 곳마다 한 미국인 할아버지가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심했으나 계속되자 두 자매는 이상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차차 겁이 나게 되었는지 부모를 통해서 선생님께 알리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할아버지는 그 학교 교장이었다. 새로 온 외국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 도와주기 위해서 계속 뒤를 따라 다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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