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싸움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4:41

우리 모두가 경험한대로 싸움에서 때렸으면 불안하고 맞았으면 억울하다. 모든 싸움의 목적은 이기고 싶다는 심리인데 사실 이겨봤자 별 것 아닌 것이 싸움이다. 돈 받고 싸우는 소위 시합말고는 다 그러하다. 어쨌든 득을 위해 싸우는 정치판 싸움, 종교계의 싸움, 유산다툼의 형제간 싸움, 돈 때문에 살인에 이르는 부자간의 싸움말고도 아무 득 없는 싸움이 허다해졌다.  

 

어떤 이혼한 여자가 낳은 아이가 전 남편의 아이냐 아니냐로 싸움을 했다. 결혼 생활의 순결의 문제와는 달리 어느 남자의 아이냐는 싸움이었다. 다행히 전 남편의 아이라고 판명이 나서 승소했다. 전 남편 쪽에서는 다른 남자의 아이라야 돈을 벌었을 텐데 억울했을 것이다. 여자 쪽에선 승소했으나 전 남편의 아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을 뿐 자신의 순결은 완전히 무너진 건 아는지 모르는지 현 남편에게 승리를 자랑했을 것이다.  

 

길을 두고 마주보는 두 집이 있었다. 동쪽 집 주인은 아침마다 마당과 집 앞길을 쓸었다. 대충 자기네 쪽을 쓸었다. 세월이 가니 동쪽 집 쪽은 깨끗하나 서쪽 집 쪽은 늘 지저분하였다. 어느날 두 집 주인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서쪽 집 주인이 이왕 청소하는 김에 양쪽 다하지 그리 야박하게 자기네 쪽만 하느냐는 시비에서 비롯된 싸움이었다.  

 

새끼 나으면 한 마리 얻기로 하고서 혈통있는 수캐를 이웃암캐와 교배를 시켰다. 암캐는 새끼를 한 마리밖에 안 낳았고 그나마 죽었다. 수캐 주인은 화를 내며 암캐를 끌고 가려고 하여 대판 싸움이 났다.

 

동네 목욕탕에서 한 젊은이와 늙은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젊은이가 대여섯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더운물 탕에 들어갔다. 아이가 뜨겁다고 하니 찬 물을 틀었다. 싸움이 일어났다. 어린 아이가 뜨거워하는데 더운물을 왜 트느냐는 게 젊은이의 항의고, 공중목욕탕이니 아이 위주의 물 온도 조절은 말도 안된다는게 늙은이의 주장이었다.  

 

친구와 함께 산엘 갔다. 땀을 흘리고 점심을 먹고 그늘에서 한 잠 자고 있었다. 시끄러워 깨어 보니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있던 친구와 공원 감독원인가 무슨 완장을 두른 청년과의 싸움이었다. 왜 자느냐 였고, 혹시 밤새 자는 부랑배 아니냐는 것이었다. 산에서 야호야호 고함치는 놈들, 쓰레기 버리는 놈들 다 제쳐두고 자는 놈 깨워 야단치는 완장 두른 자의 으스대고 싶은 심리는 이해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깨어 친구에게 심심한데 잘 됐다. 이놈 벼랑아래 던지자.” 고 했더니 죽어라 도망쳤다.  

 

한 번은 전철에서 노인이 젊은이에게 자리 안 내준다고 고함쳐서 싸움이 났다. 늙은게 재세거리도 아니지만 결국 그 늙은이는 그 젊은이에게 맞아 죽었다.  

 

나 있는 학교 승강기에서 싸움이 났다. 교수가 먼저와 서 있었는데 뒤에 온 학생이 먼저 탔다. 교수가 그의 옷을 잡아당기며 순서대로 타라고 했다. 그 학생은 교수를 때려 기절 시켰다. 결국 경찰서에 붙잡혀 가게 됐다. 경찰서엔 쌍방 과실로 처리했다. 학교측에서 경찰서장에게 경찰 대학에선 이런 경우 쌍방 과실로 처리하느냐?”고 항의했다나. 경찰서장은 겁을 먹고 잘(?)처리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다른 학교 학생이었다  

 

교회마당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가서보니 운전자들끼리의 싸움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돈 많은 혹은 장로쯤 되는 교인은 예배보러 들어가고 차와 운전자들은 교회 마당에 있었는데 그 운전자들 간의 시비가 싸움이 된 것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산엘 갔다. 어느 절에 도달해서 법당 처마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승이 나오더니 처마 밑에 서 있으면 안 된단다. 결국 고함과 욕이 오갔는데 그 절은 지금 더 큰절이 되었다.  

 

한 번은 초등학생들 몇 명이 편을 나누어 무엇인가 던지며 싸움인지 장난인지 하고 있었다. 던지는 것은 각자의 김밥이었다.  

 

요즈음 나는 서부개척시대의 속사에 명수인 총잡이들을 경외하고, 람보나 슈왈츠 제네거, 스티븐 씨갈의 주인공을 흠모하게 되었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학  (0) 2008.08.05
특권의식  (0) 2008.08.05
자랑  (0) 2008.08.05
사람됨과 사람다움  (0) 2008.08.05
지식  (0) 20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