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지식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0:40

나의 대학 시절 존경하던 교수님 한 분은 지식은 철저해야 하고 그 폭이 넓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주셨다.  

 

중학교 생물 선생님 한 분이 옛 제자의 초대를 받아 제자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식사 때가 되어 식탁에는 여러 반찬 중에 고사리 나물이 있었다. 제자가 그 고사리는 그의 처가 친정에 가서 따 온 것이니 특별한 고사리라고 선생님께 권했다. 선생님은 고사리 맛을 보시더니 그 고사리는 그 고장 고사리가 아니라고 하셨다. 어이 없어진 제자가 처를 불렀다. 고사리의 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제자의 처는 미안한 듯 실은 친정에서 가져온 고사리가 다 떨어져서 시장에서 사온 고사리라고 하였다.  

 

식사 후 쉬면서 선생님은 "새를 키우는군."하셨다. 새를 키우지 않았던 제자는 새를 키우지 않는다고 하였다. 선생님은 "갇힌 새 울음소리가 나는데."하셨다. 제자는 의아해 하면서 다시 처를 불러 알아보았다. 그 처의 대답이 아까 아들 아이가 산새를 잡아 새장에 넣어 두었다고 하였다.  

 

나의 교수님은 전문 지식은 적어도 이쯤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문 지식 밖의 지식도 그에 못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한심한 경우가 많다. "나는 과학하는 사람이라 인문학을 전혀 모른다," "나는 문학쪽이어서 어학은 전혀 모른다," "나는 국학 쪽이라 양학은 모른다." 또 역으로 "나는 외국어 전공이라 국어는 모른다."는 식의 표현들을 들으면 그렇다. 제 분야도 제대로 모르면서.  

 

나는 들은대로, 나는 따르질 못하면서, 단순 전달강습식으로, 나의 학생들에게 분명한 지식, 넓은 지식을 강조하곤 한다. 기차를 타고 가가다 밖에 위험물이 있어서 "Look out!"하는데 내다 보다가 목이 부러져 죽을 수 있는 경우를 예로 든다. 학생들이 크게 웃는다. 또 함수(函數)function의 중국어 음역(音譯)이고 멱수(冪數)power의 중국어 음역인 것쯤은 알고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곤 하곤 한다. 학생들은 또 웃는다.  

 

그렇다고 지식이 자랑할 것은 못된다고 다음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미국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물원의 고릴라 수놈이 장성해서 암 고릴라를 넣어 주었다. 한데 이튿날 수놈이 암놈을 때려 죽인 것이 발견되었다. 동물학자들의 분석결과 수 고릴라는 암 고릴라가 무식해서 때려 죽인 것이었다. 수 고릴라는 그 동안 재롱을 배워 '곤지곤지 죔죔'을 시켜보았는데 할리가 없었다. 그래서 수 고릴라는 암 고릴라를 무식하다고, 자신의 배우자가 될 수 없다고 해서 때려 죽였다는 것이다.  

 

몇 년 성실하게 일을 돕던 학과 조교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 축하한다고 하고 걱정이 되어(?) 너 시집가면 첫 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나 아느냐고 물었다. 그 처녀가 하도 진지하게 말해서 지금도 기억한다.

  

딸 셋을 둔 어머니가 첫 딸을 시집보내게 됐다. 걱정이 된 어머니는 딸에게 첫날 밤 신랑이 옷을 벗기려 들면 너무 반항하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그 딸은 첫 날밤 신랑의 손이 옷에 닿기 무섭게 옷을 훌렁훌렁 벗어 버렸다. 당연히 소박 맞았다. 둘째 딸이 시집갈 때 어머니는 신랑이 옷을 벗기려 든다고 너무 쉽사리 허락하지 말라고 하였다. 둘째 딸은 첫 날밤 신랑이 옷을 벗기려 하자 기를 쓰고 반항하였다. 소박 맞았다. 셋째 딸은 시집보내는 날 어머니는 포기하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 딸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물론 우리 과의 조교는 결혼해서 아들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알면 병 모르면 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솔로몬의 말만이 진리인지 모르겠다.  

 

"지식을 더하는 자는 근심을 더하느니라(전도서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