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0:24

나는 곧잘 개고기는 먹어도 개 같은 놈들하고는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곤 했다. 사람 같지 않은 놈들하고 같이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느냐는 소리였다.  

 

나의 숙부는 개를 무던히도 좋아하신다. 어려서의 기억으로밥상 옆에 개를 앉히고 밥 한술 잡수시고 개에게 한 숟갈 먹이시고 하였다. 그런 숙부의 개에 관한 생각은 개는 개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가 훈련을 받아서 사람이 하라는 대로 척척해서는 개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오히려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고 귀찮아해도 좋다고 덤비고 해야 개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숙부께서는 무슨 족보 있는 개나 명견을 키우신 적이 없다.

  

그저 똥개, 잡견을 키우셨다. 고작 앉아,” “.” 따위의 행위를 명하곤 하셨다. 숙부의 개들은 이런 명령에조차도 그리 척척 정확하게 반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요즈음 주위에서 개들을 많이 키운다. 어떤이들은 무시무시하게 큰 개를 키우면서 주위 사람에게 은근히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개 의존형들이다. 어떤이들은 반대로 조막만한 것들 을 옷까지 해 입혀서 데리고 다닌다. ‘개 변태족들이다. 서양에선 혼자 사는 여자들이 성도구로 개를 키우기도 한다니까. 언젠가 산엘 오르는데 한 남자가 개를 앞세우고 가면서 엄마한테 가.” 했다. 나는 어미 개를 데리고 왔으려니 하고 찾아봐도 없었다. 대신 앞에 가던 여인이 엄마한테 와.”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개도 낳는구나 싶어 참으로 신기해했다.  

 

개를 키우고 개를 식구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개 같은 놈은 욕이다. 개가 근친교배를 한다고 해서 나온 욕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윤리관으로 봐서 그렇지 개에겐 문제가 될게 없다. 오래 전 내 친구는 키우던 암캐가 발정기가 되어서 동네 수캐들이 모여드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놈이 있더란다. 그래 은근히 그 놈과 붙여 주려고 못생긴 수컷들을 몽둥이로 쫓아버리곤 했단다. 그렇다고 줄 곳 개만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순간 보니 모여든 수컷 중 제일 못난 놈하고 붙어 있더란다. 역시 개는 개라고 욕을 했다나. 그러나 그것은 친구가 키우던 암캐의 선택이었다. 개에게는 개 윤리가 있고 개 나름대로의 선택이 있는 법이다. 사실사람의 견해로 봐도 근친교배 외의 개의 모든면 특히 주인에 대한 충성은 사람이 흉내내지 못할 수준이다.

 

이제 나도 내 말을 바꾸었다. “개만도 못한 놈하고는 밥을 같이 안 먹겠다. 그런데도 요즈음 학교에 나와서 점심은 주로 혼자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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