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자랑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4:41

()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자랑은 금기였다. "자식 자랑하는 놈 반병신이고 마누라 자랑하는 놈 옹근 병신.” 이란 말도 있었다. 미국 사람들이 내놓고 마누라 자랑하고 새끼 자랑해서 흉 봤더니 그 풍조가 우리 사회에도 퍼졌다.  

 

요즈음 마누라 자랑은 보통이다. 그런데 그렇게 훌륭한 마누라를 듣는 이 더러 어떻게 하라는건가? 나는 여학생들에게 이 다음 남편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하면 남편이 옹근 병신임을 알라고 말하곤 한다. 자식 자랑은 더 가관이다. “우리 아기가 긴다,” “우리 아기가 걷는다,” “우리 아이가 말한다"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때가 되면 다기고, 걷고, 말한다. 젊은 부부들은 아이가 식당, 교회, 병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마구 부산을 떨어도 대견한 듯 바라만 본다. 기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버릇없음과 기 살리기는 다르다. 좀 자라면 그 애비라는 자가 우리 아이 반은 수준이 낮아서 걱정이야. 글쎄, 우리 아이가 일등이라니 원.“ 어쩌고 한다. 애처롭기 조차하다.  

 

내 주위에서 사위를 본 이들이 늘어간다. 이들의 사위 자랑, 사돈 자랑, 사돈의 친구 자랑까지 들어주려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요즈음은 또 손자, 손녀 자랑이 시작됐다. 아직은 주로 외손자, 외손녀들이다. 듣다 못해 제 성 따른 친 손자 놈도 아니고 외손녀 자랑은 뭐 그리하나.” 했더니, 외손자가 진짜야 그건 제 딸이 낳은게 틀림없거든. 친손자는 그거 어느 놈의 자식인지 아나.” 였다. 크게 깨닫고 가만히 있었다.  

 

하나 둘씩 지팡이 자랑, 의치 자랑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 어느 지방 속담엔 아들 셋 낳아 자랑했더니 세 번죽으니까 다 죽더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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