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특권의식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4:45

우리나라 사람들은 VIP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 지위가 좀 높은 이들은 그 자리를 즐기며, 여기 저기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나는 특별하다는 의식에서 시작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6. 25 전란 후 시민들은 상이 군인을 두려워했다. 다리 하나 없이 목발 짚고, 혹 쇠갈고리 손을 가지고 껌이나 담배를 판매하였는데 안사면 목발로 치고 갈고리로 내리 칠 자세여서 감히 안 사고는 못 견뎠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었다. 내 선배 한 분은 일급 상이용사인데도 기차표 할인혜택도 거부했다.  

 

어쨌든 이 VIP 의식은 사칭 사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요즈음은 그 형태가 바뀌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대학생이란 뺏지를 가슴에 달고 일하는 젊은이들이 생겼다. 자동차 뒤에 초보 운전쪽지를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특권의식과 동시에 봐달라는 태도가 혼합된 것이다. 대학생도 식당에서 일 할 때엔 식당 종업원이고, 초보 운전자도 복잡한 서울거리에 차를 몰고 나온 운전자 일 뿐이다. 특권을 누릴 일도 아니고 봐 줄 일도 아니다. 대학생이 대단한 것도 아니며, 운전을 제대로 못하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서울 거리에 나와 운전 연습할 형편도 아니다.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면 비슷한 경우를 만나게 된다. 언니가 시집을 가서 숙제를 좀 연기해 달라느니, 무슨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출석으로 처리해 달라느니 따위다. 언니 시집가는 것과 숙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행사참석하면 자연 수업에는 결석인데도 무리한 요청을 하곤한다. 유학시절, 일을 해야해서 교수에게 약간의 편의를 봐달라고 했다가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과 함께 네 형편과 수강과는 무관(irrelevant)하다는 말을 듣고 몸십 무안하고 당황해한 적이 있었다. 후에 생각하니 지당한 지적이었다.  

 

다윗은 갑옷 없이 싸워 골리앗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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