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석전碩田,제임스 2007. 1. 7. 22:36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감상 :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바로 오늘 삼각산에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휘날리는 눈보라를 맞으며 신년 첫 토요 산행은 그렇게 시작하여 감동 속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북한산 칠성봉 정상 제단은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한 해를 기원하는 목소리 낭랑하였고 토요 산행 모든 식구들 건강을, 한 해의 산행 무사고를 기원하는 염원이 하얀 눈꽃 나비되어 흩날였지요.

 

, 오늘 산행의 이 감동을 어찌 함께 나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