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아버지, 인생은 무엇이에요?

석전碩田,제임스 2006. 10. 24. 20:32

지난 주부터 어머니의 병세가 많이 위중해졌습니다. 지난  8월부터 식사 공급을 위해 코를 통해 호스를 넣어 물로 된 영양식을 공급하는데, 이제는 호스를 꽂는 것 자체를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눈동자는 멍하니 힘 없이 한곳을 주시하고 있고, 투입되는 음식과 배출되는 생리현상 등 모든 것이 자신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너무나 힘든 삶의 구간을 달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오래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이런 고백을 했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 의식도 없이 누워있었던 남편이어도, 먼저 가고 나니 그 마저도 이 땅에 없는 것보다 살아있을 때가 더 좋았다는 말 말입니다. 맞습니다.

 

몇 년간의 어려운 암 투병 끝에 10년 전 우리 곁을 떠난 처형이나, 또  4년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불현듯 생각날 때면,  그리움이 사무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엄마를 찾아봐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

 

“아버지, 인생은 무엇이에요?”

 

딸의 질문을 받은 그 추장은 한동안 그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모든 옛날 기억들이 한 순간 그의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힘들게 입을 열었습니다. 

 

살아있음은 초가을 황혼 무렵 풀을 스치는 바람소리 같고, 밤에 날아 다니는 불나방의 번쩍임과 같고, 한겨울에 들소가 내쉬는 숨결 같은 것이며 풀밭 위를 가로질러 달려가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작은 그림자 같은 것이다. 

 

오이예사의 <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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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윤형주의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노랫말 가사가 입에서 흥얼거려집니다. 아마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다 보니 제가 가을을 타나 봅니다.   ^&^

 

▣ 우리들의 이야기 sung by 윤형주 

 

웃음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 라일락 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비가 좋아 빗속을 거닐었고 눈이 좋아 눈길을 걸었소. 사람없는 찻집에 마주앉아 밤늦도록 낙서도 했었소.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 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부끄럼도 또 자랑거리들도 우리에겐 하나도 없다오. 우리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말간 마음 뿐이라오.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www.youtube.com/watch?v=qxCpwKaH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