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석전碩田,제임스 2006. 9. 18. 09:30

지난 주, 사무실에 있는 젊은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가 고창 선운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동료가 이번 주초에 가족들과 함께 선운사를 들릴 예정이랍니다.

그래서 선뜻 대꾸를 하면서 선운사하면 '그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더니, 무슨 노래냐고 묻더군요.

갑자기 가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선운사에 가 본적이 있나요"라는 가사와 함께 멋들어 진(?) 곡조를 뽑았더니, 파안대소를 하면서 '작사 작곡도 참 잘하시네요'랍니다.

아니,  '내가 작사 작곡을 한 게 하니라 이런 노래가 있다'고 했지만 세대차이가 있는지, 송창식의 그 유명한 노래는 끝내 알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지금 쯤 여러 시인들의 시 속에도 등장하는 선운사를 둘러 볼 동료가 송창식의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선운사의 운치를 만끽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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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사 상사화 만발

  • '상사화',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고 있던 꽃인데 아름다운 자태를 보았습니다.

    '상사화'란 이 꽃 설명이 나가자, 몇분이 이름이 잘못되었다며 바로 지적을 올리셨습니다.

     

  • 고창선운사 상사화 꽃 만발 ==> 상사화가 아니고 꽃무릇(석산)(팔영산)
    석산 아녀유?(촌서기)

    '상사화'도 모습은 처음 대했는데, 그 이름이 '꽃무릇' 혹은 '석산' 이라니...더욱 모를 노릇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상사화' '석산' 등을 찾아보았습니다. 상사화란 잎과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달라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피고 지는 탓으로(花葉不相見), 이를 인간세계에 연인이 만나지 못한 채 그리워하는 병(상사병)에 빗대 이르는 말이랍니다.

    이렇게 잎과 꽃이 따로 피고 지는 초본류를 상사화류(상사화속)라고 부르는데, 사진에 소개된 꽃은 꽃무릇(석산)이라 불리는 상사화속의 한 종류일 뿐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관련자료 몇가지입니다.

    상사화(相思花)의 일반적 성격


    사진 위: 상사화
    아래사진: 꽃무릇(석산)

    수선화과 상사화속의 식물로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함을 안타까워해서 상사화(相思花)라 불리게 된 풀…. 이 풀은 꽃은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풀잎이 말라 죽은 뒤에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므로 풀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풀잎을 보지 못한다. 흔히 관상용으로 심고 있으며 그 종류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개상사화는 야생 상태로도 자라는 수선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원래는 녹총·상사화·개난초·이별초 등으로 불리었다.

    한국산 4종 2변종
    L. flavescens M. Kim et S. Lee (붉노랑상사화)
    L. radiata (석산)
    L. sanguinea Maxim. var. Koreana (Nakai) Koyama (백양꽃)
    L. squamigera Maxim (상사화)
    L. chinensis Traub var. sinuolata K. Tea et S. Ko (진노랑상사화)
    L. chejuensis K. Tea et S. Ko (제주상사화)

    상사화류는 개화기에 따라 7-8월에 개화하는 상사화type와 9-10월에 개화하는 석산type으로 구분되고 출엽형태에 따라 10월 상순에 출엽하는 추계출엽형과 2월중하순에 출엽하는 춘계출엽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상사화류의 개화기는 상사화type으로 춘계출엽형에 속한다.

    꽃무릇 Lycoris radiata HERB. [수선화과]
    전라도 야생화연구소
    석산 꽃무릇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십여년 전 한여름에 선운사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동백으로 이름난 곳인 만큼, 한여름의 선운사는 고요했습니다. 절 어귀 서정주의 시비에선 '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음을 아쉬워했지만, 한여름에 동백을 기대할 리 없이 절집에 들었습니다.

     

  • 선운사 동구 /서 정 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 그곳에서 만난 대웅전 앞 배롱나무는 꽃 핀 동백 이상이었습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을 우습게 만들며 한여름 백일 내내 붉은 꽃송이를 이고 있는 목백일홍나무(배롱나무)가 한여름 선운사 풍광을 잊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무성한 잔가지들로 늘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는 배롱나무는 그래서 사람의 손이 닿으면 간지럼을 타는 듯 더욱 흔들려 보인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는 별칭을 얻고 있음도 동행한 그 고장 지인이 알려주었습니다.

    한여름 선운사엔 배롱나무의 붉은 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웅전에서 마애불이 이름난 도솔암까지 3km에 이르는 길에 꽃무릇이 지금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동백을 보러 초봄 선운사를 찾으셨던 분은 이제 배롱나무와 꽃무릇이 가득한 한여름과 초가을의 선운사를 그리워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 선운사 /송창식 듣기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 나를 두고 멀리멀리 가시려는 님아 / 선운사 동백꽃 꽃숲으로 와요 /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꺼예요 /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