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6.3.18 삼각산 문수봉

석전碩田,제임스 2006. 3. 20. 00:03
코스 : 이북5도청 - 비봉매표소 - 제3휴식처 - 샘터 - 거시기 바위(?)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봉 - 문수봉 직벽 - 문수봉 - 대남문 - 대성문 - 형제봉 - 형제봉 매표소
소요시간 : 5시간 30분


도를 펴 놓고 보니 그리 먼 거리가 아니네요.
오늘 토요산행의 주제는 '암벽 타기'라고 제목을 붙여야 될 것 같습니다.
비봉 매표소에서 비봉에 이르는 한산한 코스에서 솟아 있는 바위들은 모두 다 올랐고, 또 비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가는 주 능선에 있는 바위며, 문수봉 직벽은 물론 늘 바라만 보았던 '진짜 문수봉'까지도 다 올랐으니까요. 아니, 하산하면서 작은 형제봉 정상도 빼놓지 않았으니까 오늘의 주제에 걸맞는 산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9시 30분 이북 5도청을 출발합니다. 한가한 주택가를 조금 올라가면 곧바로 비봉 매표소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오를 수 있는 길은 향로봉을 거쳐 비봉을 가는 길과 곧바로 비봉으로 치고 오르는 길이 있는데, 우리 일행은 제 3휴식처를 거쳐 곧바로 비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합니다.
행로가 비좁을 정도로 많던 사람들도 이 길로 접어들자 곧 한산한 산행로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기도 하고 또 잘 알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틈으로부터 내려오는 석간수를 한 잔씩 마신 후 약수터 바로 왼쪽으로 누워 있는 바위를 곧바로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길 같지도 않은 곳이지만 바위를 힘들게 오르고 나면 평탄한 등산로가 나타나고, 또 하나의 바위를 힘들게 오르고 나면 멋진 전망이 기기묘묘하게 눈앞에 펼쳐집니다.
봉까지 이르는 곳곳마다 솟아 있는 바위들을 반드시 오르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올라 심호흡을 하고, 전망을 감상하면서 순간 순간을 사진기에 담는 일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훨씬 많이 걸렸지만, 문수봉 직벽을 오른 후에 점심을 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바위타기의 묘미를 만끽합니다.


11시 45분, 어느새 비봉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문수봉까지 나 있는 삼각산의 주능선을 지체치 않고 내달립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들의 주 목표가 바로 문수봉의 바위를 기어오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2시 10분, 문수봉 절벽 아래에 다다릅니다. 예상 외로 바위는 얼음물이 녹아 내리면서는 물기로 젖어 있습니다. 바위를 내려오는 산행객들이, 봄이 되면서 바위들이 약해져서 흔들거리는 것들도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당부도 있어 첨부터 바짝 긴장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배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초반부터, '거의 다 왔다' 는 말을 되풀이해야 했지요. ^&^
렇게 바위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손을 먼저 뻗어 온 몸을 당기기도 하면서 절벽 거의 정상에 섰을 때는 마치 천하를 다 얻은 듯한 안도감과 기쁨이 몰려왔습니다.  삼각산 북쪽 계곡에서 기슭을 따라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어찌나 그렇게 상쾌하고 시원하던지요.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로 이어지는 삼각산의 주능선이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산행로마다 형형색색의 산행객이 연출하는 멋진 장사진은 일품입니다.


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우리는 역시 바위 능선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리고 늘 국기봉에서 바라만 보았던 문수봉의 정상에도 도전해 보기로 의기투합을 합니다. 바위 틈새에 손가락을 끼고 힘을 줘서 뒷 발을 끌어 올린 후, 다음 틈새를 찾아 또 오르고.....결국 문수봉 바위 꼭대기에 섭니다. 그리고 사방의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 보면서 심호흡과 함께 감격해 합니다. 몇 년 전 제임스가, 어떤 귀한 분을 바로 이곳에서 만났고, 그 날의 나머지 산행 내내 길동무를 하면서 삶을 나누고, 진리를 논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1시 30분,
이제는 여한이 없는 듯 하산을 시도합니다. 대남문에서 대성문에 이르는 길은 눈이 녹아내리는 물 때문에 질퍽거리면서 엉망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일행이 문수봉 바위를 기어오르지 않고 깔딱고개를 거쳐, 청수동 암문으로 돌아왔다면 바로 그런 질퍽거리는 진흙길을 걸었어야 했겠지요.

성문을 지나 일선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물기 하나 없는 너무도 좋은 산행로입니다. 큰 형제봉과 작은 형제봉을 거쳐 형제봉 매표소에 이르렀을 때가 오후 3시 정각...
리 길지 않은 코스지만 시간은 꽤 많이 걸린 셈입니다. 아마도 너무 멋진 풍광과 전망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입니다.

들고 어려운 코스였고, 또 내키지 않는 위험성이 있는 길이었지만 마다않고 든든한 믿음을 가져 주신 두 분 선배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매주 함께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젬스는 복 받는 사람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배경음악은 TriumVirat의 For you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