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6.3.25 도봉산 여성봉-오봉

석전碩田,제임스 2006. 3. 25. 22:44
코스 : 송추골 오봉 매표소 - 여성봉 - 오봉 삼거리 - 송추폭포 - 송추분소 매표소
소요시간 : 4시간


오늘의 등반은 오봉 제1봉과 2봉까지 진출한 것을 백미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굳이 하나 더 추가하라면 오늘 참가자 중 도봉산의 여성봉을 처음 본 분들이 많아, 바람 부는 여성봉 위에서 거의 30분 이상을 머무르면서 떠날 줄을 몰라했던 일도 백미라면 백미겠네요.

코스를 정하지 않고 모였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코스를 정하는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차량을 가지고 오신 분이 2분, 그리고 참가자가 8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2대의 차량으로 움직일 수 있어,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코스이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가 보지 않은 코스인 오늘의 이 코스가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이지요.

오봉 매표소에서 여성봉, 그리고 여성봉에서 오봉에 이르는 산행로는 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마치 동네 뒷 산의 산책로를 걷는 듯한 그런 오붓한 길입니다. 양 옆으로 나즈막한 송림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산행로는 잘 다져져 있어 양쪽으로 펼쳐지는 상장능선의 비경과, 멀리 왼쪽에 하얗게 솟아 있는 사패산과 그 능선 줄기를 감상하면서 삼삼오오 짝을 이뤄 얘기하며 걷기에는 너무 좋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성봉에 오르면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가깝게는 상장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머리를 들고 위를 쳐다 보면 오봉의 웅장함이 손에 잡힐 듯이, 마치 뽕나무에 오디가 달린 것처럼 앙증맞게 보이기도 하는, 멋진 비경이 연출됩니다. 그러나 오늘은 몸을 날릴 정도로 심하게 부는 바람이 시샘을 잔뜩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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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은 안쪽에서부터 바깥 쪽으로 1,2,3,4,5봉으로 불리는 다섯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입니다. 릿찌 산행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즐거움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오늘은 모두들 용기를 내서 1봉과 2봉까지 진출하였습니다. 하 선배님의 바위를 향한 적극적인 태도가 아주 멋졌습니다. 2봉에서 건너다 보이는 3봉의 웅장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 싱싱하고 힘찬 바위가 더욱 또렷하고 얼마나 압권이던지요. 각 봉우리에는 로프를 가지고 클라이밍을 할 수 있도록 P톤 볼트들이 박혀져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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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오봉으로의 진출로 인해 약 30분 가량이 지체되다 보니 점심 시간이 늦었습니다. 바람이 잦아진 곳을 찾아 여유있게 점심을 먹은 후 하산을 시도합니다. 오봉 삼거리에서 왼쪽 송추폭포라고 팻말이 있는 곳에서 하산합니다. 이곳에서부터 송추골의 매표소까지는 아직도 늦은 가을이나 초 겨울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군데 군데 잔설이 남아 있었고 계곡에는 녹다 남은 얼음들이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계곡에서 부는 바람만큼은 훈훈한 봄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편안한 동네 뒷 산길을 걷듯이 30여분을 걸어 내려오다 보니 곧 매표소에 도착됩니다. 오후 3시였습니다.

*배경음악은 Michael Cretu의 Moonlight flowe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