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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Good night, and Good luck!

석전碩田,제임스 2006. 3. 10. 11:47

"국무성 안에는 2백 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

 

1950년 2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Joseph R. McCarthy)의 이와 같은 폭탄선언은 미국 전역을 들쑤셔 놓았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반(反) 공산주의 의식이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매카시의 주장은 미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고, 시간이 갈수록 이는 근대 마녀 사냥과 같은 폭거로 치달았다. 급기야 이에 반론하는 것 자체가 공산주의자로 매도되는 세태가 됐다. 이른바 '매카시즘'이다.

주요 언론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매카시는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부당함과 거짓은 간파되지만 공포에 지배된 세상에서 용기를 내어 선뜻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 때 미국 주요 TV 방송사 중 하나였던 CBS에서 뉴스 앵커로 명성을 날리던 실존 인물 에드워드 머로우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는 그들이 진행하는 인기 뉴스 다큐멘터리 'SEE IT NOW'를 통해 매카시의 거짓과 선동을 고발한다.

그 용기있는 행동은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한 언론전의 신호탄이 되고 결국 매카시를 몰락시키는 계기사 된다. 영화 'Good night, and Good luck'은 1950년대 이러한 미국을 배경으로 매카시즘의 공포에 맞선 언론인들의 싸움과 승리를 흑백영상으로 옮겨 놓은 수작의 영화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야기 진행의 바탕이 되는 매카시의 실제 음성과 영상은 영화의 사실성을 더하며 공포와 거짓에 맞선 언론인들의 고뇌와 용기를 섬세하게 전한다. 다만 영화를 좀더 깊게 몰두하려면 당시 미국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조금은 필요할 듯하다.

 

영화 속 머로우가 던진 다음 말은 TV 영상에 사로 잡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큰 시사점을 남긴다.

 

"TV는 우리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계몽하고 영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그런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한 TV는 바보 상자에 불과합니다."

 

다음 주 3월 16일에 개봉되는 이 영화가, 황우석 교수 연구 성과의 거짓을 밝혀낸 언론의 존재를 따끈따끈하게 경험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진다. 

*배경음악은 Vanessa Williams의 Save the best for las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