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

석전碩田,제임스 2005. 12. 11. 17:51
[중앙일보- 이 사람의 책 사랑]

책 읽고 사색해야 지식 쌓여

벤처기업인 안철수 사장

"간혹 자만심에 흔들릴때 저를 다잡아 준 것은 책이었습니다."
국내 대표적 벤처기업인 안철수(42 . 안철수연구소) 사장. 그간 수 많은 '스타 기업인' 들이 명멸했지만 그는 '벤처1세대'로서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힘이 특유의 겸손함과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한 우물을 판 경영 스타일 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책이 있다. 안 사장은 아끼는 대표적인 책으로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파인만의 자전적 수필집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네요]를 든다.

"히로나카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입니다. 그런 그가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두 세곱절 시간을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라고 썼습니다. 책을 읽은 것이 대학원 시절이었는데 마치 제 앞길을 비추는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의대 대학원 시절 이미 스타였던 그는 주변의 관심에 괜히 우쭐해질 때면 파인만의 책을 펼쳤다.
"세상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의 책을 보면 지금도 자중하게 됩니다."

안 사장의 책사랑은 그가 즐겨 인용하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는 경구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무작정 많이 읽지는 않는다. 그는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사색" 이라면서 "충분한 사색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현실에 반영할 수 있어야 책 안의 지식이 자신 의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그가 주로 읽고 있는 책들은 경영서와 소설이다. 수시로 아마존닷컴에 들러 경영분야 베스트셀러를 검색해 마음에 드는 책을 주문한다. 간혹 머리를 식혀야겠다 싶으면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소설을 골라 읽는다. 독서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기는 힘들지만 일하는 중간중간, 또는 이동 중에 틈틈이 읽는다. 읽은 책 중에서 유익하다 싶은 것은 직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사내 미니 도서관에 비치해 둔다. 이렇게 만든 '사내 필독서'는 현재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등 12종이다.
안철수 연구소는 대리급 이상 승진 평가시 경영관련서적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하는 독특한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조만근 기자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