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간 중앙일보를 읽다가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 퍼와 봤습니다. 제목이 눈에 띄길래 읽었는데, 차분하게 써내려간 내용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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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어떤 분은 저를 만나기만 하면 늘 같은 질문을 합니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으세요?"
언젠가 한번 이 질문에 대해서 궁색한 변명으로 요즘 바빠서 뾰족히 읽는 책이 없다고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머, 어떻게 책을 안 읽고도 살 수 있나요?"라고 반문하더군요.
어제, 멀리 광주여대에서 미술대학 교수로 있는 후배가 박사과정 전형이 있어 서울에 왔다가 잠시 들렀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대화할 수 있었지요. 그 후배는 요즘 "숲 해설가" 강좌에 등록해서 열심히 듣고 있다고 하더군요.
오늘, 저는 1년 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일직근무를 하면서 읽을 책으로 [도리스 레싱 : 20세기 여성의 초상(분열에서 통합으로)](민경숙 著, 동문선 刊)을 들고 왔습니다. 교정(校庭)은 대학원 입학 시험이 치르지기 때문에 부산스럽게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내다 보면서, 도리스 레싱을 만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2004.11.20)
[중앙 포럼] Reader가 Leader다
최근 방한한 셜리 틸먼 미국 프린스턴대 총장이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 교육목표는 전문가나 기술자를 길러내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과 비판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분석하는 사고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또 프린스턴대의 교육이념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인재 양성"이란 말도 했다. 우리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과 흡사한 말이다. 아주 당연하고 평범한 이 말이 왜 그토록 의미심장하게 들렸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교육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말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본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최악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잘되는 이색학과들을 소개한 기사였다. 김치식품과학과.장례지도학과.애완동물뷰티패션학과…. 이름도 생소한 학과들이지만 취업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한다. 참으로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졸 실업자가 철철 넘쳐나는 요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떡 하니 취직하는 아들딸을 둔 부모는 얼마나 기쁠까. 대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 것도 사실이다. 대학이 이처럼 취업을 위한 학원이 돼가는 동안 우리는 도대체 무얼 했나. 물론 대학교육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중.고교 교육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아이들을 정말 이렇게 키워도 되는 것인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도 든다. 대학(University)이란 말은 '우주''전체' '공동체'를 뜻하는 라틴어 Universitas에서 나왔다. 어원처럼 대학이 우주의 진리를 논하고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연구하는 전당은 못 되더라도 좋다. 그러나 최소한 취업이 대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물론 이 자리에서 대학교육, 나아가 우리 교육 전반의 문제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백약이 무효인 교육문제에 나 같은 비전문가가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다만 대학이 취업학원, 그리고 중.고교가 대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이처럼 하나의 가치에 '올인'하는 교육은 장기적으로 사회나 국가의 발전에 마이너스가 된다. 역사는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부국강병이 최고의 가치였던 스파르타가 그랬고, 정복과 영토확장에만 몰두했던 몽골족이 그랬다. 다음 가치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기에 그 막강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몰락해 갔다.
대안은 무엇일까. 어렵더라도 본래의 모습,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틸먼 총장의 말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는다. 그가 말한 열린 마음과 비판적 사고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건전한 상식, 즉 종합적인 인문교양에서 나온다. 이를 가르치는 방법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손쉬운 것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대화하고, 타협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 아닌가. 독서를 통한 건전한 상식 대신 얄팍한 지식만 추구한 결과다.
그래서 나는 중학생 아들에게 과외수업을 모두 끊고 매주 책을 두세 권씩 읽게 하는 시와시학사 최명애 사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주 모험적인 시도이지만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신문이든 책이든 읽는 사람(Reader)이 지도자(Leader)가 된다는 나의 믿음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수능이 끝난 아이들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보자. 교양서적도 좋고 시집이나 소설도 좋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자. 계절은 아직 릴케의 '가을날' 후반부다.(유재식 문화,스포츠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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