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 북한산 매표소 - 의상봉 - 용혈봉 - 용출봉 - 증취봉 - 나월봉 - 나한봉 - 칠성봉 - 상원봉(남장대지) - 행궁터 - 중성문 - 대서문 - 북한산 매표소
소요시간 : 4시간 30분
오늘은 혼자 북한산과 사랑에 푹 빠진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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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혼자 오를 때는 지체치 않고 생각나는 코스가 바로 의상봉 코스입니다. 대서문 바로 옆 성곽을 밟으면서 출발하는 제가 좋아하는 이 코스가 오늘도 저를 부르더군요.
9시 45분..
승용차로 북한산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과 함께 출발
산행 출발지점인 대서문 주변에는 버찌, 살구, 앵두, 산딸기, 오디 등 야생에서만 볼 수 있는 각종 열매들이 한창 무르익어 있더군요. 나이가 지긋이 드신 세 분의 50대 후반 쯤 되는 산행객이 정신없이 열매를 따 드시는 모습을 뒤로 하면서 산행을 재촉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세찬 바람이 열심히 불어 오더니 조금씩 내리는 비도 그쳤습니다.
의상봉을 막바로 치고 오르는 이 코스는 초반 몇 분 동안은 힘이 들지만, 맞은 편으로 우뚝 솟은 멋진 백운대와 노적봉을 고도의 차이에 따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름에 휩싸여 있는 노적봉의 모습............의상봉과 나월봉 사이의 북한산성..자연그대로의 모습
비가 온 뒤여서 바위들은 무척 미끄럽습니다. 오늘은 산행 내내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상봉 정상에 섰을 때는 동쪽으로부터 세찬 바람이 줄기차게 불면서, 하얀 구름들이 연신 산등성이를 휘돌아 감고 있습니다. 우뚝 솟은 산세와 순간 순간 휘돌아가는 빠른 흰 구름의 모습이 "변화무쌍"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의상봉에서 바라본 증취봉, 용출봉의 모습...용혈봉에서 바라 본 염초봉, 백운대 쪽의 모습
강한 바람이 불어 흘린 땀을 금방 시원하게 하였고 또 비가 내리지 않아 산행 내내, 비 때문에 산행을 포기했더라면 아마도 크게 후회했겠다 하는 생각을 하였지요.
의상, 용혈,용출, 증취봉을 지나고 나니, 이제는 8부능선 위쪽으로 휘감아 돌아가는 구름 속으로 진입을 하게 됩니다. 나뭇잎마다 축축하게 젖어 있어, 나무 밑을 지날 때에는 마치 비가 오듯이 맺힌 물방울들이 떨어집니다. 사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하얀 구름 천지 뿐이었지요.
누군가 "별유천지 비인간"이라고 했던가요.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산행로 옆에 곱게 피어 있는 나리꽃이, 이슬에 젖어 이쁜 자태가 더 예쁘게 보입니다.
물에 젖은 나리 꽃..별유천지 인간 제임스(?)...호젓한 등산로..
하산 길은 행궁터 쪽 길을 택했습니다. 작년 늦가을 쯤에 행궁터에 있는 서어나무를 보기 위해 혼자 북한산을 올랐을 때가 기억나더군요. 그 서어 나무를 오늘도 꼭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지요.
그러나 행궁터에서 저를 반긴 건 서어나무가 아니라, 약수터 근처에 흐드러지게 익어 가고 있는 산딸기였지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 뒤, 한참 동안 산딸기를 따먹었습니다. 요강이 뒤집어 진다고 해서 "복분자"라는 별명이 붙은 산딸기를 이렇게 많이 따 먹었으니 오늘 밤은 저도 책임 못 집니다.(하하 ^&^)
산딸기가 익어 있는 모습.......................................오늘 제임스의 근사한 점심 레스토랑(?)
중성문 부근의 정자에서 등산화를 벗고 좀 쉬었다가 가려고 마음먹고 정자 평상에 올라서는 순간, 그곳에서 60대 초반의 부부가 소수 한 잔을 대작하고 있더군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옆에 있는 저에게 까지 권합니다.
나이들어 부부가 함께 산을 오를 수 있는 여유...저는 그게 참 부러웠는데, 그 분은, 저의 젊음을 너무 너무 부러워하더군요.
그 분 왈, "만약에 자기가 40대 후반만 되었어도, 이 세상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젊음...젊을 때 그 젊음의 귀한 걸 깨닫는 자가 복되다고....
오늘의 북한산 산행은 얼떨결에 마신 소주 세 잔 때문에, 행복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 산행길이 짜증나고 고생되는 게 아니라 그리도 정겹게 느껴졌으니까요.....
상원봉에서 행궁터로 내려 오는 산생 길 옆에 있는 베어진 소나무 자리...너무도 선명한 송진액과 나이테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지요.
*배경음악은 The G-Clefs의 I Understand입니다.
출처 : 忍松齋
글쓴이 : 제임스본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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