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스크랩] [제 일탄]본드의 산행기

석전碩田,제임스 2005. 11. 22. 22:51

저는 격주로 쉬기 때문에, 쉬는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산을 오릅니다. 주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오르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근교에 있는 가평의 연인산에 올랐지요. 부족한 글이지만, 이렇게 올려 봅니다. 앞으로 종종 이런 산행기를 이곳에 올려 볼께요.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함께 산을 오르는 것도 참 좋겠네요.
욕하지 마시고 너그럽게 읽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제 일 탄"이라고 제목을 붙인 건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산행기를 올리고 싶어 그렇게 했습니디. 괜찮지요?
참, 그리고 글의 끝 부분에 실은 사진에 본드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본드같이 미남이 아님을 먼저 밝혀 둡니다. ^&^

일시 : 2004. 5. 8 토요일
코스 : [가평군 백둔리 - 연인산 정상 - 용추구곡 코스]
백둔리 자연학교입구 삼거리 - 소망능선 - 장수샘 - 연인산 정상(해발 1068미터) - 장수샘 - 장수봉 - 청풍능선 - 칼봉이(용추구곡) - 물안골


소요시간 : 약 7시간
참가자 : 젬스를 비롯한 토요 산행팀 7명

연인산..
이름만으로 산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이라 출발 전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약속된 출발 시간은 오전 8시..지난 주 답사팀의 경험으로, 서울 동부 지역을 막히지 않고 빠져 나가려면 일분이라도 빨리 서두는게 좋다는 판단에서였지요.
태릉 부근에서 약간의 정체가 있었지만 수월하게 빠져 나가 신록이 짙어져 가는 농촌의 가평 지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경.

*
연인산의 산행로는 말 그대로 연인들이 산책하듯 오솔길 같은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그런 등산로였습니다. 아름드리 잣나무 숲이 있는가 하면, 오밀 조밀한 상수리 나무 군락이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머물게 합니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오솔길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어떤 지점에서는 숨이 턱에 미칠 정도로 곧바로 위로 치고 오르는 산행길도 있지요.
산행길에서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연인사이인 듯 둘씩 둘씩 다정하게 지나갑니다.

연인산의 산행로는 마치 연인이 데이트 하는 코스 같이 예쁘고 정갈하다고나 할까...
손에 잡힐 듯 정상이 저만치 보이지만, 아무리 걸어도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듯, 산행 오솔길은 구불 구불 멀리 펼쳐져 있습니다. 얼마를 걸었을 까...숨가쁘게 오른 어느 봉우리를 지나자 마자 산행로 주변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온천지가 들꽃들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장관을 이룹니다. 보라색, 노란색, 빨강색, 흰색, 자주색, 분홍색....그야말로 울긋 불긋 꽃 돋자리를 펼쳐놓은 듯 합니다.

산행로 주변에 피어 있는 들꽃들의 장관... 가평 군청에서 주관하는 연인산 들꽃 축제 현수막

들꽃의 향연에 취해 주위를 둘러 보다보면 어느새 산행길은 능선으로 이어지면서 확 트인 조망권과 함께 정상 바로 아래로 이어집니다. 가평군에서, 정책적으로 연인산 들꽃 축제를 열어, 사람들이 찾아 오는 산으로 개발하고 있는 듯, 새로 심은 철쭉 꽃 나무들이 화려한 장관을 이루고 있고, 온 산등성이는 들꽃들로 뒤덮혀 있습니다.

해발 1068미터의 연인산 정상에서는 발 아래로 첩첩이 겹쳐져 있는 산들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 그리고 구름에 가린 날씨가 산행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이었지요.
하산은 연인산 정상에서 다시 올라 온 길을 되돌아 온 후, 장수샘 근처에서 장수봉을 거쳐, 청풍 능선으로 내려와 용추 계곡으로 접어들기로 했습니다.

내려 오는 코스의 8부 능선 쯤에서는 주위에 키 높이보다 훨씬 더 큰 철쭉들이 만발을 하여, 먼 산행길을 걷느라 지친 우리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반깁니다. 이곳 연인산의 철쭉은 소백산이나 다른 곳의 철쭉과 같이 섬칫할 정도로 검붉은 색이 아니라, 연한 연봉홍 빛깔을 띠고, 또 철쭉 나무도 사람의 키를 훨씬 넘어 섭니다. 아마도 연인끼리 산을 올라 연분홍 사랑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산 산행길 : 정취가 나는 오솔길........연분홍 색깔의 철쭉이 만개한 모습

하산 길은 더욱 멀게만 느껴집니다.
2시간 30분 정도를 내려 오니, 멀리 깊은 계곡에서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옵니다. 계곡이 깊어 가뭄이지만 수량이 많아 산 중턱에서도 그 물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홉 개의 소(沼)가 장관을 이룬다고 해서 "용추구곡"으로 이름붙여진 계곡 답게 물도 맑고, 수량도 제법 많습니다. 7시간의 긴 산행을 하고 내려와서 등산화를 벗은 후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저절로 가시는 듯 합니다.
산행의 마지막 지점인 물안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정각..약 7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모두 만족한 얼굴로 서로에게 어깨를 두둘겨 주는 시간이었지요.

계곡의 바위들이 흰색을 띨 정도로 청정계곡을 유지하고 있다..용추구곡 중 제 8곡의 모습


*배경음악은 Barry Manilow의 Even Now입니다.
출처 : 忍松齋
글쓴이 : 제임스본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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