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추석 날 북한산 산행

석전碩田,제임스 2024. 9. 18. 05:00

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잘 보내고 계신지요?

번 추석은 명절 당일에 해야 할 일이 없어 저는 북한산 산행을 했습니다. 아들 내외가 막히지 않는 시간을 택해 이틀 전에 왔다가 추석 전날 돌아갔고, 또 제가 큰집에 들리는 일정도 하루 전날인 그제 마무리하다 보니 추석 당일인 어제는 여유가 생겼던 것이지요. 마침 둘째 홍찬이도 추석 당일에 특근을 해야 한다고 출근했으니 더더욱 그리되었습니다. 함께 산행을 하고 싶지만 아내는 무릎이 좋지 않아 산행은 하지 말라고 의사가 얘기했다며 극구 사양하며 혼자 다녀오랍니다. 옛날 토요일마다 북한산 산행을 함께 했던 시절처럼 저의 배낭을 금새 꾸려주더군요.

 홀로 산행.

느 코스를 택할까 생각하다, 2년 전 이곳 은평 뉴타운으로 이사온 후 북한산을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짧은 코스로만 다녀왔기 때문에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된 코스를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코스가 의상능선..북한산성 입구에서 시작하여 의상봉을 거쳐 7개 봉우리를 오르며 대남문, 문수봉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북한산 산행 코스 중 대표적으로 이름 난 코스입니다. 어제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고 코스의 중간 부분인 부왕동암문으로 곧바로 오른 후 나머지 봉우리들을 넘기로 했습니다. 삼천사 입구까지 가는 길은 한적하다 못해 그야말로 혼자 북한산을 전세낸 것 같았지요. 

천사에서 9시 정각 출발. 산행 길에는 산행객이라곤 아예 한 명도 없더군요. 하기야 큰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내는 시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이 좀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겠지요.

데, 이상한 건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는데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월하게 다녔던 코스라고 생각했던 길인데 어제는 어찌 그리도 힘이 들던지 부왕동암문에 다다랐을 땐 이미 입고 간 등산복 아래 위 속 바깥 모두가 땀에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배낭에 넣어간 점심 먹을 장소는 나한봉 꼭대기, 내가 생각하는 바로 그 전망 좋은 곳을 생각하며 박차를 가하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이 힘이 들더군요. 두 개 봉우리만 오르면 되는 길이었지만 예정보다 30분이 늦은 12시 30분에야 나한봉 꼭대기 너머에 있는 전망 끝내주는 소나무 아래 그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도, 산행객이 거의 없다보니 그 자리는 그냥 비어있었지요.

리 삼각산이 바라 보이고, 또 반대편은 족두리봉에서부터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청수동암문에 이르는 북한산의 주능선이 다 보이는 기가 막힌 장소가 바로 나한봉 꼭대기거든요. 그곳에서 싸들고 간 점심 배낭을 풀어놓고 나홀로 특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과 과일 디저트까지 해치운 후, 오후 2시 정각에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의상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칠성봉을 거쳐 청수동암문에서 마지막 인증샷을 지나가는 산행객에 부탁하여 사진으로 남긴 후, 사모바위 방향으로 막 하산을 하려고 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리 많은 비는 아니어서 흐르는 땀을 식히기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가봉, 사모바위, 비봉을 지난 후 진관사매표소로 내려오는 길을 택해 내려오는데, 하산길도 또 왜 그리도 멀게 그껴지는지요! 예전엔 내려오는 길은 누워서 껌 씹듯 내려왔던 기억인데, 오늘은 내려오는 길도 올라가는 길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새삼 느낀 건, 나이는 절대로 못 속인다는 사실이었지요. 걸어도 걸어도 끝날 것 같지 않던 하산길 끝, 드디어 진관사에 이르자 명절을 맞아 나들이 나온 인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더군요.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니 하산 하는데도 3시간이나 걸린 셈입니다. 옛날 체력만 믿고 무모하게 의상능선을 도전했던게 '큰 실수'였음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절대로 무리한 코스를 택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어제 하루였습니다. 그저 짧게 한 봉우리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산행이면 이제 내 나이엔 딱 적당하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에 도착하자마자 의상능선을 가장 최근에 올랐던 때가 언제인지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2012년 5월, 미국에 있는 한 선배(1952년생)가 잠시 한국에 오셨을 때 저희 부부가 함께 올랐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 땐 어제 건너 뛰었던 구간(의상봉 ~ 부암동암문)만 걷고, 어제 산행을 시작했던 삼천사로 내려왔더군요. 그러니까 당시 그 선배가 지금의 제 나이보다 조금 젊었을 때였으니, 많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습니다. ㅎㅎ

그 때 산행기를 이곳에 링크해볼께요. 12년 전의 모습이 훨씬 젊어 보입니다. - 석전(碩田)

https://jamesbae50.tistory.com/m/1341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