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초등 친구들과 함께 했던 제주 여행, 그리고 맛집들....

석전碩田,제임스 2023. 12. 13. 12:26

초등 동창들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 다녀온 지 벌써 사흘이 지났지만 꿈만 같았던 여행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끼니 때마다 꼬르륵 거리는 배꼽 시계 소리가 들리면, 문득 지난 여행이 행복했던 이유가 제주도 현지 주민들이 추천하고 그들이 찾는 최고의 맛집에 가서 배불리 먹은 행복감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들렀던 식당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새미언덕]

첫째 날 제주 공항에 도착한 후 렌트카를 배정받자마자 우리가  달려 갔던 곳입니다. 처음,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새미언덕'이라 치면 된다"는 말에 에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잠시 생각나기도 했고,  큰 샘물이 있었던 언덕인가 보다 생각했지요.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던 식당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먹은 푸짐한 새미밥상 요리. 옥돔구이와 제육볶음, 몸국을 기본으로 하는 싱싱한 쌈이 일품인 식당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식으로 제공된 요플레 맛이 나는 전통음료는 별미였지요. 기대에 어긋남이 없었던 곳, 맞습니다.

 

[덕천 연수원 바베큐 식당]
"첫째 날 저녁 식사는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 바베큐로 할 것"이라는 말에 야외에서 연기나는 숯불을 피워놓고 직접 지글지글 구우면서 서서 먹는 바베큐 파티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해서 보니 정갈하게 정리된 우리들만의 고급스러운 좌석, 그리고 그릴 위에 1차로 훈제된 통돼지를 올려주는데, 번거롭게 오래 고기를 굽지 않아도 금방 맛있는 고기를 한입에 쏙 넣을 수 있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행복감에 젖어, "우리 사이 흔치 않아 흔치 않아"를 외치며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사 후 이동해야 하는 부담감이 없다보니 한라산 소주를 여러 병 비웠는데도 취하지도 않았습니다. 


[으뜨미식당]

둘째 날 점심을 위해 난생 처음으로 가 본 '비밀의 숲'과 '수산진성'을 들렀다가 간 곳이 우럭 튀김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맛집 으뜨미 식당.  "오름을 올랐다가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좌석수도 많지 않고 또 사람들이 줄을 서야 하는 곳"이라는 말에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서 달려갔지요. 역시, 그 맛은 어디에 가서도 맛볼 수 없는 그 곳만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맛이었지요.

남자 주인 분이 큰 가위를 들고 직접 잘라주기 전에는 절대로 먹지말라는 '엄명(?)' 속에서 맛이라면 자신있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오더군요.

 

[성산봄죽칼국수]

보말칼국수와 보말전복죽의 맛을 제대로 구현해 내는 맛집. 성산 해안도로 옆, 그림같은 해변을 배경으로 먹는 보말 칼국수의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제주도에 올 때마다 한 끼 정도는 보말칼국수를 늘 먹었기 때문에 그저 그런 맛에 시큰둥 하길 여러 차례. 그러나 이번엔 달랐습니다. 보말의 진국이 그대로 전달되어 오면서 칼국수의 면발, 그리고 본연의 칼국수 맛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더군요. 다 먹은 후 그릇 아래엔 보말이 한 가득,  쫄깃한 육질을 느끼며 마지막 국물과 함께 먹고나니, 배가 갑자기 불러오며 그 포만감에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국수 아홉 그릇 먹고 문지방 넘다가 넘어졌다"는 우리 옛말은 이곳 보말칼국수와는 거리가 먼 듯했습니다.

 

[고사리 식당]

돌아오는 날은 그동안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곳만 갔기 때문에, 한 번쯤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에 가보기로 하고 <에코랜드>를 방문했습니다. 단체로 방문하기에 안성맞춤인 이곳에서는 뷰 포인트에서 사진만 열심히 찍고 한바퀴 둘러보고 곧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고사리 식당으로 향했지요.  고사리 식당은 갈치조림과 성게미역국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이곳 역시 대규모 단체 관광객들이 찾기엔 불편할 정도로 큰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러나 제주도 현지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맛집. 갈치조림과 고등어구이, 그리고 성게 미역국이 입에 착착 붙어 밥 공기를 세 개나 비울 정도로 과식을 하고 말았지요. 

계란말이와 고등어 구이, 누룽지 샐러드는 기본 반찬...그리고 갈치조림 한 접시

 

이상이 2박 3일 동안 우리가 들렀던 식당 이야기였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먹는 게 반을 차지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도 가성비 좋고, 어중이 떠중이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 아니라 제주 도민들이 찾는 맛집만을 구석구석 찾아 인도하느라 신경을 쓴 총무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에 이리도 길게 글을 쓰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식당들은, 아마도 앞으로 제 입을 통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될 것 같습니다. - 석전(碩田)

덕천연수원 실내에서 전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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