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 - 크리스 디 버그

석전碩田,제임스 2022. 2. 16. 06:23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 Chris de Burgh

There once was a king
who called for the spring
for his world was still
covered in snow
But the spring had not been
for he was wicked and mean
In his winter fields nothing would grow

And when a traveller called
seeking help at the door
only food and a bed for the night
He ordered his slave to turn her away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Oh, on and on she goes
through the winter's night
the wild wind and the snow
Ah, on and on she rides
Someone help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She rode through the night
till she came to the light
of humble man's home in the woods
He brought her inside
by the fire light she died
And he buried her gently and good

Oh, the morning was bright
All the world snow white
But when he came to the place
where she lay, his field was ablaze
with flowers on the grave
of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Oh, on and on she goes
through the winter's night
the wild wind and the snow
Ah, on and on she flies
She is gone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

- 크리스 디 버그

어느 옛날 왕이 있었는데,
그의 나라는 여전히 눈에 덮여 있어서
봄이 와주길 요청했었죠
하지만 그 왕은 사악하고 천했기에
봄은 오지 않았어요
그 나라의 겨울 벌판엔
아무 것도 자라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 여행자가 와서
단지 하룻밤 묵을 곳과 음식을 구하며
문에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왕은 하인을 시켜 그 여행자를 쫓아 버렸죠
눈망울에 4월의 향기를 품은 그 소녀를요

그 소녀는 거친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밤을 헤치며
계속해서 나아갔어요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달렸어요
누가 그녀를 좀 도와 주세요
4월의 눈망울을 가진 그 소녀를요

그녀는 밤을 헤치고 말을 달려서
숲속의 한 순박한 사람이 사는
집의 불빛을 발견했어요
그는 그녀를 안으로 데려와
난롯가에 눕혔지만 죽고 말았죠
그는 그 소녀를 살포시 묻어 주었어요

모든 세상이 흰눈에 덮힌
환한 아침이 밝고 그녀가 묻힌 곳에 가보니
그의 마당은 4월의 눈망울을 가진
그 소녀의 무덤 위에 꽃들로 만발해 있었어요

거친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밤을 헤치고 쉬지 않고 그녀는 나아갔어요
멈추지 않고 그녀는 달렸어요
눈망울에 4월의 향기를 품은
그 소녀는 떠나고 말았어요

- 앨범, <Crusader>(1979)에 수록된 노래

* 감상 : 크리스 디 버그(Chris de Burgh). 싱어송라이터, 연주자, 영국의 가수.

1948년 10월 15일 외교관이었던 아버지가 아르헨티나에 근무할 때 그곳에서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였습니다. 본명은 Christopher John Davison이었으나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성을 따라 De Burgh로 바뀌었습니다. 영국 윌셔에 있는 말보러 대학에서 영문학을, 트리니티 더블린 대학에서 불어와 영어, 역사학을 전공(석사)하였습니다. 26세인 1974년, 앨범 를 시작으로, 지난 2017년 6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앨범 을 낼 정도로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현역 가수입니다. 그의 노래들은 오늘 감상하는 이 곡을 비롯하여, Lady in Red, Here is your Paradise, Flying, Snow is falling, Carry On, Natasha dance, A rainy night in Paris, A Waman’s Heart, Song bird 등이 있습니다. 특히, Lady in Red는 1986년 미국 빌보드 차트 3위에까지 오르는 등 히트를 쳤습니다. 크리스의 부모가 고성(古城)을 구입하여 그것을 호텔로 개조하여 영업을 하였는데, 그는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 때 그가 노래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 찾아왔던 한 소녀가 1977년에 결혼한 지금의 아내 다이앤(Diane)이었고, 그녀가 빨간색 옷을 즐겨 입었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난 주 금요일과 토요일, 우석대학교에서 있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출발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서울역에서 KTX를 기다리며 우연히 들었던 이 노래의 노랫말이 마음에 들어 그가 불렀던 곡들을 찾아 들으면서 1박 2일의 여행을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그의 노래들은 기차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막바지 겨울 풍경과 잘 어울려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부르는 곡이 더 애잔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인이자 영문학도 연주자답게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한 크리스 디 버그의 ‘노래 시’ 한 편을 감상하려고 합니다.

래 제목에 있는 ‘에이프릴(April, 4월)’이라는 단어 때문에 그동안 4월에 가장 많이 소개되고 들려지는 노래 중의 하나이지만, 정작 그 노랫말을 보면 봄의 문턱, 그것도 아직 겨울 추위가 마지막 맹위를 떨치는 2월 즈음에 딱 어울리는 곡입니다. ‘겨울왕국’ 동화를 감상하는 듯, 아니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노래한 동방규의 시 속에 등장하는 왕소군의 마음이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오버랩 되듯 애절하게 다가오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긴 북유럽의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히 눈으로 덮여 있는 대지, 그리고 추위가 아직도 스산하게 맹위를 떨치고 있는 땅에 봄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봄은 오지 않았어요 / 그 나라의 겨울 벌판엔 / 아무 것도 자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나라를 통치하는 왕은 사악해서 봄이 못 오도록 막고 있었으니까요’라고 시작되는 노랫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친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그 때, 한 소녀가 길을 잃고 헤매다 ‘단지 하룻밤 묵을 곳과 음식을 구하며 / 문에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 왕은 하인을 시켜 그 여행자를 쫓아 버렸죠’ 그런데 쫓겨난 그 소녀가 바로 ‘4월의 눈망울을 지녔다’니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왜 하필이면 ‘4월’일까. 이 노래의 시적 은유가 꽃 피는 따뜻한 봄날이 바로 4월이고, 쫒겨난 소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밖은 아직도 엄동설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으니 ‘잔인한 4월’이라고나 할까요. 호소하는 듯한 디 버그의 창법으로 노래는 계속됩니다. ‘누가 그녀를 좀 도와 주세요 / 4월의 눈망울을 가진 그 소녀를요’

샘추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봄이 오기까지 이 추위가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연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숫자가 어수선한 마음을 더 스산하게 하지만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봄날은, 4월의 눈망울을 가진 소녀의 눈 속에 이미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긴 터널의 끝에서 밖을 바라보며 마지막 구간을 힘껏 달려 나가는 소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그의 목소리가 애절합니다.

‘Ah, on and on she flies / She is gone /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 Woo, Woo, Woo.... ’ - 석전(碩田)

https://www.youtube.com/watch?v=kINa_F90lT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