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남해 금산 보리암, 봄꽃 여행

석전碩田,제임스 2018. 4. 10. 13:35

청명 한식일을 맞아 성묘하러 고향에 간 김에 조금더 남녘으로 내려가 멀리 남해를 다녀왔습니다  

 

결혼하기 전 부산에 사는 아내 친구들과 아내가 여행을 가면서 제게 보디 가드 역할을 요청해 얼떨결에 미녀들과 동행하는 행복한(?) 여행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갔던 곳이 바로 남해 상주해수욕장이었습니다  

 

해수욕장에서 높이 올려다 보이는 남해 금산, 그리고 그곳의 보리암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한 번 올라봐야겠다 마음먹고 있었지만 아들이 당시의 우리 보다 더 나이가 들어 장가갈 때가 된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조차 해 보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용기를 내서 다녀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봄비가 흡족히 내리는 날이어서 금산 정상에서 상주해수욕장과 그 주변의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을 내려다 보지는 못했지만 추억을 더듬으며 남해 구석 구석을 둘러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금산을 오르는 날 자욱하게 낀 안개 속(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구름 속)에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르니 헤르만 헤세의 <안개 속에서>라는 시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올 해 봄은 다른 해와는 달리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동시다발적으로 피고 있어 봄꽃 구경은 실컷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남해 어느 마을의 골목길에서 본 동백꽃이 떨어 진 처연한 모습은 올해의 찬란한 봄꽃 세상을 더 풍성하게 하는 듯 했습니다.(아래 사진은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그 주변을 배회하다가 어느 마을 골목길에 흐드러지게 지고 있는 동백꽃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일부러 내려 사진을 찍어본 것입니다.)


 

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하게  

모든 것으로부터 그를 갈라놓는  

어둠을 모르는 자  

정녕 그 누구도 현명치 않다.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삶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