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이재철 목사, 그리고 '사도행전' 설교

석전碩田,제임스 2018. 4. 3. 18:49

100주년 기념교회.


2011년 첫 주부터이니까, 벌써 7년 째 제가 비등록 교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교회입니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재철 목사님은 이미 그 이전부터 사도행전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강해하는 설교를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제가 출석할 무렵에는 사도행전 15장까지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구약 성경 전체 66권 중에서 유독 한 가지 성경만을 본문으로 택해서 줄곧 매 주일마다 설교를 하는 것을 기네스 북에 기록을 한다면 아마도 단연 선두에 올릴 일이다 싶습니다. 그가 한 성경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의 다른 책에서 밝혔듯이, 목사가 자의적으로 본문을 선택해서 교인들을 가르치고 조종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이기도 하고, 또 설교자 본인에게 하나님이 어떤 말씀을 주실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설교자 이전에 한 사람 신앙인으로서, 말씀 앞에서 참으로 겸손하고 섬기는 자의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후 7. 그 동안 목사님이 예기치 않은 병으로 잠시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사도행전 강해는 계속되어 지금은 거의 막바지인 28장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는 로마서 2814절의 말씀, “~ 그래서 우리는 이와같이 로마로 가니라라는 본문 말씀에서 따온 <이와같이 로마로>라는 제목의 설교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와 같이라는 표현을 광의적으로 해석하여, 사도 바울과 그 일행이 1, 2, 3차 전도여행을 거쳐 종국적으로, 은혜의 복음 전하는 주께 받은 사명을 이루기 위해 제국의 수도 로마로 가는 여정이 기록되어 있는 사도행전 전체를 결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설교단 앞에 커다란 스크린을 펼쳐 놓고 일일이 지도를 그려 가면서 사도행전 전체의 여정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있는데, 제게는 이 설교 시간이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지 매번 혼자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습니다.

 

30년 전, 제가 주일학교 중등부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입니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고 또 SNS도 없던 시절이라, 방학만 되면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 교회로 와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저는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방학 동안에 매일 교회에 나와서 한 시간은 영어공부, 또 한 시간은 성경공부, 그리고 점심을 먹고난 후 오후에는 등산이나 체육활동을 하자고. 그런 제안에 감사하게도 반원 전체가 흔쾌하게 동의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반 학생들도 함께 하면 안되느냐며 합류하는 바람에 꽤 많은 수가 참여하는 근사한 <겨울 방학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제가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던 성경이 바로 사도행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공부하면 쉽게 싫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노트 한 권씩을 준비하게 해서 미리 준비한 지도를 노트에 붙이게 하고 1, 2, 3차 전도여행의 루트를 색연필로 그려 가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재철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서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30년 전에 시도했던 것이지요.

 

감사하게도, 그 짧은 방학 기간 프로그램에 개인적으로 투자했던 그 헌신의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은 멋진 열매를 맺게 하셨습니다. 그 중 한 명의 학생이 선교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되었고 신학을 한 후 목사가 되어, 터키로 선교 파송을 받아 지금까지 그곳에서 신실하게 사역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지난 2005, 기회가 되어 터키 지역의 성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갔을 때, 제자이면서 후배인 그 선교사를 만났는데, 어린 시절 사도행전을 공부하면서 지도를 펴 놓고 그림을 그려 가면서 공부했던 이야기를 다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대화 자리에서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에는 그저 어느 지역에서 어디로 갔다고 해서 줄 하나 슬쩍 그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니, 그 사이에는 엄청난 산맥이 있었네라고. 그랬더니 그 제자 선교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선생님, 그래도 그 때 그 시간이 없었으면 제가 이곳에 선교사로 나오지도 못했을거에요. 최고였어요라고 저를 격려하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제자 선교사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잘 못 알고 가르쳐서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요즘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30년 전의 그 일이 자꾸 오버랩되면서 느끼는 게 참 많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서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동원해 가면서까지 하나라도 더 전달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이 땅에서의 사역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직감하고 하나라도 더 나누려고 했던 사도 바울의 마지막 열정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설교를 들으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목사님, 부디 더 오래 건강하게 사역하실 수 있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