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지난 주일 아침...
100주년 기념교회 1부 예배를 마치고 와서 소심이를 데리고 연남동 골목 한 바퀴를 돌면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저쪽 끝에서 중무장을 한 사람이 접근, 오른 손을 들고 '헬로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누군가 하고 자세히 보니 '김미혜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은 몇 년 전 카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연말년시를 맞아 잠시 귀국했고, 지난 주에는 20년 지기들끼리 모여 송년 파티도 함께 했었지요. 그녀의 가족들도 이미 연희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만, 멀리 카나다에서 귀국하면 어김없이 연희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날도 연희 교회 11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연희동 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더군요.
그러고보니, 벌써 세월이 많이 흘러 제가 연희교회를 떠난 지도 6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세월이 참 빠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장로에 피택되어 임직을 앞두고 교육도 다 끝낸 어느 해 년말이었지요. 당시 어수선한 교회 분위기 탓에, 100주년 기념교회 등 주변의 괜찮은 교회와 연희교회를 함께 출석하면서 여차하면 교회를 옮길려고 했던 성도들이 참 많았던 때였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피켓팅을 하면서 교회가 양분된 듯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는 싸움이 있었던 탓이었지요.
아내가 이미 100주년 기념교회로 과감하게 옮긴 후 많이 고민하다가, 그 때 저는 스스로 이런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 1부 예배는 100주년 기념교회에서 가족들과 같이 예배를 드리고, 11시 예배는 연희교회에 가서 드리자"
그리고 새해 첫 주, 100주년 기념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지요. 역시 설교의 질이 달랐습니다. 찡한 감동, 그리고 말씀을 깊이 있게 해석하는 목사님의 마음이 전달되는 듯한 살아있는 예배였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집에 와서 부랴 부랴 아침을 챙겨 먹은 후 11시 연희교회 예배를 가야할 시간...
내 속에서 또 다른 내가 이렇게 질문을 하더군요. '야, 배동석, 너 예배 드리고 왔는데 연희교회는 왜 또 가려고 하니?'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했지요. '아, 네. 오늘 예배 후에 월례회가 있는 날이어서 가야되거든요' 그랬더니 또 질문이 옵니다. '너는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는거야 아니면 월례회의 사람 만나러 가는거야?'
이 질문에는 뾰족하게 대답할 게 없었습니다. 그동안 새벽부터 밤 늦도록 주일에 쉬지도 못하면서 교회에 쏟아 부었던 시간들이 대부분 사람 만나는 일에 할애되어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주일 날 뭉그적거리다가 11시 예배를 놓치고 말았지요. 그리고 그 다음 주에도 똑 같이. 이렇게 피택 장로가 2주 연속 교회를 빠지니, 당시 담임 목사였던 젊은 목사가 저의 근무처인 홍대로 찾아왔더군요.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길게 했지요. 그리고 '만약에 내가 연희교회에 더 이상 나가지 않으면 100주년 기념교회로 옮긴 줄 아셨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물 흘러가듯이 거취 결정이 이루어지고, 연희교회를 떠난 지가 벌써 만 6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100주년 기념교회에는 등록을 하지 않고 그냥 예배만 달랑 참석하고 돌아오는, 소위 '뜨내기 교인'입니다. 더 이상 교회에 인볼브(Involve)되고 싶지 않은 탓입니다.
엊그제, 연희동 쪽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겨 걸어가는 김미혜 선생의 뒷 모습을 보면서 6년 전 제 모습이 생각나서, 이렇게 몇 자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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