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까이 지냈던 지인 한 분을 하늘 나라로 먼저 보내드리는 작별을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7시 15분, 한정희 선생님은 결국 이 생을 작별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이틀 전인, 목요일 저녁에 병상을 찾아 뵌 것이 결국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구간을 힘겹게 달려가고 계신 한 선생님의 따뜻한 손을 잡고, '많이 힘드시죠?'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많이 힘들어요'라고 대답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 합니다. 그러면서 찾아 간 우리 동료들을 일일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비록 말하는 것 조차도 힘들었지만, 평소 자신이 기억하던 좋은 모습을 언급하면서 찾아 준 걸 고마워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2008년 가을 쯤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새롭게 마포구교원단체 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을 때,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익숙하지 않은 내게 도움을 주시려고 무던히도 애 쓰시면서 배려하셨습니다. 그렇게 만난 나와의 인연은 그 후 생명의 전화 교육을 받고 상담원이 되면서, 해오름 소그룹에서, 또 같은 동네 이웃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8년여 세월 동안,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참 많이도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4년 전 쯤에 전혀 예기치 않은 '간암' 선고를 받고 난 후에는, 더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왔지만, 이번 한 선생님과의 마지막 작별처럼,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인정하면서, 쿨 하게 인사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미 정해진 잘 아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서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인사하는 것처럼, 그저 담담하게 우리 앞에 가로 놓여 있는 '죽음'이라는 강을 건너는 모습를 보여 준 한정희 선생님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두고 두고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먼저 가 있으세요. 우리도 다 금방 따라 갈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자, '천국 문에서 기다리실 우리 주님을 만나는 게 기대된다'고 또박 또박 믿음의 고백을 하셨습니다. 이 음성을 들을 때, 믿음의 제자인 디모데에게 자신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마지막 유언같은 말씀을 했던 사도 바울의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7~8)
2009년 3월, 마포구교원연합회 임원회의(홍대 정문빌딩 16층 라 스텔라에서)
- 2009년 4월, 마포구교원 연합회 임원 나들이 때 (강화에서, 서울디자인고 오경탁 선생님과 함께)
-2010년 10월 생명의 전화 35기 교육(1박 2일 프로그램) 때 찍은 사진..뒷줄 빨간색 자켓을 입은 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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