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지난 1년

석전碩田,제임스 2014. 7. 11. 15:46

지난 1년은 저에게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정확히 지난 해 오늘 아침, 필리핀 일로일로 홍익대학교 국제봉사 팀이 활동하는 현지에서, 통증 때문에 꼬박 밤을 샌 다음 날 일어났더니 갑자기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이 뜨이지 않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변해버린 날이 바로 작년 오늘, 7월 11일입니다.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이 왼쪽 귀 속에 발병하면서, 안면 신경을 손상시키는 바람에 안면 신경이 마비되었다는 건, 한참 후 귀국한 후 병원 신경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있은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의학적 소견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으로, <람세이헌트 신드롬>이 그 정확한 명칭입니다. 회복이 되는데 짧게는 4주, 나처럼 처음 발병 후 조치가 늦어진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케이스인데 이 때는 길게는 1년이 걸린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회복이 되더라도 100% 완벽한 회복은 쉽지 않다는 소견도 함께 받았습니다. 

 

그 후 1년.

지금 되돌아보면, 제 인생 50 여년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의미있고 또 보람된 1년 간이었다고 고백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듯이, 힘들었지만 그 반대로 깨달은 것도 많았고 또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저 머리로 배우고 깨달은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배운 것이기에 더 값진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가을 쯤에는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습니다.  마음 속에 들어와 또아리를 틀고 앉은 '절망'을 특징으로 하는 '섭섭이'라는 이름의 망령이 나를 따라 다니면서 매사를 슬프게 만들더니 급기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더군요. 결국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걸 피해서 나만의 세계에 갇혀, 스스로 끊임없는 우울감을 즐기는 상태, 즉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나를 위해서 좋은 조언을 해 주는 주위 사람들의 말조차도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아, 마치 나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말로 들릴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평소였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겠지만, 어떤 말은 나를 아주 하찮게 생각하는 말처럼 여겨져서 나 스스로 수백 번을 그 사람과 절교를 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아, 내가 지금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구나"라는 자각을 하는 순간, 그 깊고 캄캄한 수렁같은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큰 행운이요 배움이었습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침을 맞는 게 일상이 된 초기 5 개월의 한의원 출근(?)에서부터, 기(氣) 치료에 탁월한 전문가라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멀리 강원도 홍천을 멀다 않고 달려 갔던 일, 용하게 침을 놓는 스님이 있다고 해서 일년에 한 두번 밖에 가지 않는 고향에 있는 사찰을 매 주말 연속으로 찾아 갔던 일, 맛사지가 좋다는 말에 평상시엔 절대로 관심도 둬 본 적이 없는 맛사지 숍에서 수십만원을 투자했던 일 등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갑니다. 모두 초조해 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 다양한 처치 방법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특히 이 병은 무엇보다도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얘기 듣고 우왕좌왕 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힘든 고난의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위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게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힌트였습니다.  신경과 의사는 애초부터 회복되는 데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병은 침이라든지, 기치료, 또는 맛사지 등이 별 소용이 없을거라는 정확한 사실을 이야기했던 유일한 치료자였습니다. 이 의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한 희망과 긍정, 그리고 자신의 임상 경험을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적용시키는 발언과 치료로 접근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1년이 거의 가까왔을 때에야 알게되었습니다.  진정한 위로는, 당장은 듣기 싫더라도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현실을 알게 하고 본인 스스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 큰 배움의 수확이었습니다.

 

외견상으로 봐선 이제는 거의 다 회복된 것 같이 보이지만, 본인이 느끼기엔 아직도 꽤 시간이 더 지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사말대로 시간이 지난다고 완벽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완전 회복을 위해서 끝까지, 감사하면서 내려 놓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응원해주세요. ^^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