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송 주산지와 주왕산 무박 산행.
마치 긴 여행을 다녀 온 듯 느낌과 감동 뿐 아니라 육체적인 후유증에서도 긴 여운이 남는, 그러나 행복한 산행 나들이였습니다.
밤 12시 정각 출발, 새벽 5시에 주산지에 도착하여 새벽 안개 피어오르는 주산지를 여유롭게 산책한 후, 현지 산나물 반찬이 가득한 맛있는 아침 식사를 시작으로 산행 일정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지요.
대전사에서 출발하여 주왕산 정상, 칼등고개, 후리메기 삼거리, 제3폭포(용연폭포), 제2폭포(절구폭포), 제1폭포(용추폭포), 학소대, 급수대, 망월대, 주왕암(주왕굴, 무장굴)을 거쳐 대전사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약 4시간 반 정도가 걸렸습니다.
주왕산은 원래 이름이 석병산(石屛山)이었는데, 수백미터의 거대 바위 암군이 지상에 노출되어 오랫동안 절리와 차별침식으로 병풍처럼 도열해 있어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정상에 이르는 산행길에서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은 잘 자란 소나무들이 정상 부근까지 가득 가득 서 있으면서 지나는 이들을 반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우람한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심한 상처를 입은 흔적이 있는데, 안내문에 의하면 주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우리가 못살 때 주왕산 일대의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기 위한 가슴 아픈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한번 손상 된 자연은 회복되지 않고 아픈 기억과 상처를 간직한 채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픈 교훈으로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산행 코스의 막바지 쯤, 용연 폭포를 필두로 절구폭포, 용추폭포 등 기암괴석이 빚어낸 멋진 바위들의 향연을 마주할 때엔, 고단한 산행길의 피로가 한꺼번에 가시는 듯 했습니다. 우뚝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장관은 마치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모든 지명들이 그 당시의 이야기에 따라 이름 붙여진 듯, 학소대, 급수대, 망월대, 주왕굴 등과 같이 주왕의 전설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주왕산까지는 자동차로 꼬박 6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상경할 때는 교통체증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산이었는데 이번에 산 뿐 아니라,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촬영지로 유명한 주산지의 새벽 광경도 보너스로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배경음악은 Maywood의 I'm In Love For The Very Firs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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