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만나면
그러다가
* 18년을 한결같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 온 아내가, 시아버지가 폐암으로 2달만에 이승을 작별하고, 또 4년 후 시어머니마저 갑작스런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후 허허롭게 제게 묻습니다.
'여보, 삶이 이런거라면 너무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살아가는 게 다 그런거지'
'나는 아버님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적어도 한마디는 해 주시고 떠나실 줄 알았어. 삶을 먼저 살았던 인생의 선배로서, 며느리에게 "내가 살아보니 삶이란 이런거란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렇게 살도록해라"라든지, 이런 무거운 내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며느리야, 그동안 네가 수고많았다. 고맙다"라는 말조차라도 하고 떠나야 하는거 아냐?'
어릴적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결혼하면서 시부모를 자기 부모인양 모시면서 열심히 살았던 아내에게는, 두 분 시부모님의 죽음이 가히 충격이었나 봅니다.
그 날 이후, 제 마음 속에는 평생을 두고 곱씹을 화두가 하나 생겼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삶이란 바로 이런거야"라는 해답을 말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그게 어줍잖은, 이론이나 종교적인, 경제적이거나 세속적인 해답이 아닌, 가슴과 가슴이 맞부딪히는 삶의 길 위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해답으로...
곽재구의 < 그 길 위에서>를 읽으면, 바로 이런 화두가 시인의 마음 뒤에 서성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삶의 길에서 네가 무엇을 했느냐고, 아니 뭘 해야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 다면, 시인은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로 담백하게 말하겠다는 것입니다.
삶의 길, 그 길에서는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도 흔히, 너무도 당연히 그런 것 만을 찾으려다가 그것을 찾지 못하면 마치 낙오자처럼 한없이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길의 언덕, 힘든 고비에서도 노란 씀바귀 꽃 하모니카를 만들어 고달픈 삶을 노래로 승화하겠답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삶의 종착 나룻터에 다다르면 그저 작은 나룻배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내게 주어진 어린 날의 꿈 하나만으로 만족하면서 떠나겠다고 노래합니다.
그 길이 비록 보잘 것 없는 길인 것 같지만, 바로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인생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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