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낙화 - 이형기

석전碩田,제임스 2013. 10. 24. 16:04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셈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몰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배경 음악은 Sixpence None the richer의 Kiss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