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봄 꽃 피는 4월에 읽는 이해인의 시 몇 편

석전碩田,제임스 2014. 4. 8. 11:45

4월의 시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눈으로 볼수 있어 감사한 맘이고,

 

고운 향기 느낄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꽃이 진 자리에


살구꽃이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살구열매

앙증스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매화가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매실이

어여쁘게 달리기 시작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러 번 눈으로 보았지만

오늘은 왜 이리 새로운지

왜 이리 놀라운지

나무 아래서

떠날 줄을 모르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는


꽃이 진 자리마다

익어가는 열매를

사랑 담긴 시간들을

오래 오래 기념하고 싶어서

나는 나무를 꼭 안아 봅니다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꽃밭에서


내가

예쁜 생각 한 번씩 할 적마다

예쁜 꽃잎이

하나씩 돋아난다지


내가

고운 말 한 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지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 배경음악은 Paper Lace의 Love Song입니다.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0) 2014.12.02
누구나 살면서 어느 날 문득  (0) 2014.05.07
사랑의 사계절 ㅡ 이해인  (0) 2014.03.09
낙화 - 이형기  (0) 2013.10.24
그 길 위에서 - 곽재구  (0) 2013.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