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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앙티브행 편도 - 2012 스웨덴 영화제 출품작

석전碩田,제임스 2012. 6. 4. 11:19

 

가장 믿는 사람이 나를 따돌리고 속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더구나 단지 나이들었다는 한가지 이유때문에 자신을 무시하면서 만만하게 대하며 속인다면 그 기분은 어떤것일까?  장성한 아들과 딸이 나이든 자기가 이제는 삶에서 더이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존경하는 척하지만, 속 마음은 빨리 이 세상을 떠나버리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면 그 비감한 마음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심지어 아주 짧은 기간, 나이든 자신을 위해서 파출부로 출근하는 어린 처녀마져 자신을 속혀 먹는다면?  이제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인생의 길에서 오로지 나 혼자만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사람들은 대개 극단적인 생각으로 인생을 비관하면서 자포자기하든지, 아니면 악착같이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서 자기를 속이는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이 되든지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며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겠고 또 자기 자신을 자책하면서 매일 매일을 술로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 조지는 이런 비감한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주 색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화 <앙티브행 편도>는 주인공 조지가 이런 상황에서 용기를 가지고 삶의 또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자신을 위한 삶의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유머스런 시선으로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스웨덴 영화를 접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이래 처음으로 국빈 방한하는 스웨덴 국왕과 실비아 왕비의 나들이를 기념하는 양국 간의 문화 교류 행사로 기획된 <스웨덴 영화제>가 이화여대 ECC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6월 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대학에서 영화를 가르치고 있는 후배 한 명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는 바람에 떠밀리다시피 관람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대 만족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 7편의 영화 중에서 감상했던 영화는 <앙티브행 편도>라는 제목의 영화 한 편 밖에는 없었습니다. 영화제를 소개하는 자료들을 미리 보면서 <여학생으로 살아남는 법> <시몬과 떡갈나무><앙티브행 편도> 등의 영화는 꼭 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이번 영화제는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선착순으로 무료 입장권을 나눠줬는데, 직장인으로서 매일 아침 줄을 서서 입장권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겨우 주말을 이용해서 이렇게 멋진 영화를 한 편이라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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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들 딸 두 자녀를 출가 시키고 아내가 죽은 뒤 혼자가 된 할아버지 조지는 집안 일을 해주는 파출부 수잔이 일주일에 세번씩 찾아오면 그 방문이 기다려질 정도로 적적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파출부 소녀 수잔이 일하러 올 때마다 집안에 있는 소중한 물건 하나씩을 슬쩍 슬쩍 훔쳐가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조지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그저 그 도둑질 장면을 핸드폰 카메라로 현장을 찍어두는 것으로 눈 감아 주는 척 합니다. 이런 조지에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것은 어느 날 큰 아들 요한이 자신과는 아무 상의도 없이 자신의 집을 처분하기 위해서 신문에 광고를 내 버리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일흔 두번째 자신의 생일 날에 여동생 마리아와 같이 굳이 자신을 찾아와서 생일 축하 파티를 해 주겠다고 방문합니다. 아들과 딸들이 자기를 방문하는 목적을 조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모른척 하면서 맞이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저지른 아들의 만행이 나이들어 힘이 빠진 늙은이가 당하고만 있는 상황처럼 느껴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답답한 마음을 조려야 합니다.  조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온통 조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역할을 하는 듯한 상황이 못내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바로 주인공 조지의 삶의 상황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후반 중에서도 후반을 보내는 조지가 선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첫 사랑이 있었지만, 짧은 외국 생활 중에 만난 부인이 덜컥 임신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면서 그 이후 뒤죽박죽되어 버린 조지의 인생. 그런데 그 인생은 주인공 조지에게만 어긋난 삶이 아니라 그의 두 자녀 요한과 마리아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일찍 이 세상을 떠난 조지의 부인에게도 큰 상처였습니다. 바로 이이런 삶의 뒤엉킨 상처들과 혼란스러움을 결산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것은 첫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 아닌 자기자신을 찾아 떠나는 <용기>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앙티브에 살고 있는 첫 사랑을 찾아 왕복표가 아닌 편도표를 구입해서 떠날 수 있는 조지의 결단에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도 비로소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영화를 본 후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난 몇 개월 전에, 그것도 우연히 감상했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란 영화도 스웨덴 영화였음을 새삼스럽게 알게되었습니다. 당시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느꼈던 것과 동일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썩 괜찮은 영화였다는 느낌 말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 영화제를 연 주최 측에서 마련한 행사 - <나를 찾는 여행에 가져갈 3가지>-에 참석해서 즐거운 대화시간도 가졌답니다. 이래저래 예상치 않은 풍성한 영화 축제에 참가한 행복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과 갖는 나눔의 시간-

 

영화를 함께 본 조카 부부와 함께 이화여대 ECC 건물을 배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