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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데인저러스 메소드

석전碩田,제임스 2012. 5. 28. 13:14

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데인저러스 메소드>는 제작 과정에서 적잖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정작 개봉 후에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중의 하나입니다. 아마도 감독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는 제 입장에서는 정신분석학이 처음 주창될 초창기, 이 분야의 거장들이 치열하게 생각하면서 이론을 만들어 나갔던 현실적인 당시 상황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끽할 수 있었던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떤 학문, 이론이든 그 주장이 처음 주창될 때에는 정통측으로부터 이단시되고 또 서자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 그러나 그런 도발적인 이론이지만 마음을 열고 흔쾌히 받아들여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일에 도전했던 사람들이었기에 오늘날 그 분야에서 우뚝 선, 리더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화가 전개되는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 내부에 있는 성적인 욕망(리비도)을 이해해야 하며,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이용해 오던 방법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욕망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 프로이드의 주장은 당시로서는 도발적인 것이었습니다. 특히, 정신 질환자나 신경증 환자의 경우, 전통적인 방법은 감금하고 때리고 윽박지르면서 귀신들림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 환자의 내면에 어떤 욕망이 있는지 시간을 내서 환자와 의사가 대화를 통해서(Talking Cure)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니 당시로서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겠습니까? 영화의 제목 - A Dangerours Mathod- 그대로 입니다. 당시로서는 의사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환자를 정상인을 대하듯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인간 내부에 성적인 욕망이 부글 부글 끓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프로이드가 언급하는 것 자체도 불경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을테니까요.  

 

로이드가 1856년생이고, 그의 제자격인 구스타프 칼 융이 1875년생이니까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대략 스무 살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프로이드의 생각과 이론을 받아들여 실제 임상에서 적용했던 촉망받는 젊은 의사로서 융(Jung)을 묘사하고 있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은 '정신분석학'이라는 초창기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치열하게 주고 받는 동료이자, 같은 길을 걷는 경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두 사람 사이에 있을 법한 일화들을 소재로 영화적인 픽션을 가미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영화를 무리없이 감상하기 위해서 정신 역동이론의 심리치료 과정에서 몇 가지 이해해야 하는 개념들을 짚고 넘어가면 좋을 듯 합니다. 심리치료 과정 중에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적인 교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그것 입니다. <전이><역전이>에 대한 개념인데요, 심리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치료자에게 갖게 되는 개인적인 감정을 <전이>라고 하고, 그 반대로 치료자가 환자에게 갖는 개인적인 감정은 <역전이>라고 부릅니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프로이드와 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관점을 갖게 되는 곳이 바로 이 <전이><역전이> 현상에 대한 태도입니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이며 치료자로서의 중립적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프로이드의 입장과, 그 사실을 알면서도 교묘하게 접근해오는 피학성 음란 신경증 환자인 슈필레인에 빠져드는 융의 갈등과 고뇌가 영화에는 잘 드러나 있습니다.  

 

론 이 영화는 프로이드와 융이 이론적으로 가장 크게 구별되는 쟁점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할애하는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융은 그의 스승이자 선배인 프로이드가 모든 신경증의 배후에는 '억압된 성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인간의 심리 현상에는 성욕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심리현상도 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대립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체적으로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에 느끼는 소감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로이드의 역동 심리학의 태동과 관련한 비사를 드러냄으로써 초기 정신분석학 이론이 어떻게 논의되고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측면은 있지만, 영화로서 갖춰야 할 '흥미' 부분은 많이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흥미를 위해서 융의 환자인 슈필레인과의 심리 치료 과정 중에 빠져든 성적인 관계, 그리고 프로이드의 친구이자 동료 의사였던 자유인, 오토 그로스에 대한 이야기 등이 삽입되어 있지만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단어 연상법을 시술하는 장면이라든지, 꿈의 분석을 위해서 만나기만 하면 동료들끼리라도 자신의 꿈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장면 등은, 심리치료와 상담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여겨 봐둘만한 가치가 있는 장면이지 않나 싶습니다.  

 

담 과정 중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자기를 어디까지 개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했던, 30년 전 어느 수업 시간이 새삼 생각이 납니다. ^&^  

 

상영관 : 씨네큐브, 매일 11, 오후 3  

러닝타임 :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