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2.2.28 오대산 비로봉

석전碩田,제임스 2012. 2. 29. 19:10

오대산 하면 월정사와 상원사가 생각이 납니다. 그 만큼 유명한 사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두 오래된 사찰과 더불어 오대산하면 전나무들이 우렁차게 뻗어있는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진입로와 비로봉을 오르는 멋진 산행로를 빼 놓을 수가 없겠지요. 지난해 11월 말, 2012년도 미술대학 신입생 수련회 장소로 오대산 켄싱턴 플로라 호텔이 정해질 때 이미 제 마음은 오대산 꼭대기에 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조반을 들고 호텔 앞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립니다.진부 터미널에서 9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 앞을 지나는 시간은 9시 40분 쯤. 이곳에서 승차하여 상원사까지 편하게 이동합니다. 차를 가지고 가면 오대산 진입 매표소에서 개인당 5천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이걸 면제(?) 받는 혜택도 누릴 수 있고 또 시골 시내버스의 정취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일거 양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월정사 부근에는 이틀전에 내린 폭설이 거의 녹아 있었지만 상원사가 가까워지면서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빙판길을 이루고 있어 차 운행이 조심스럽습니다. 버스의 종점인 상원사에서 하차하여 산행로로 진입하는 시각이 10시 20분..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상원사에서부터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까지 이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길이라 아이젠 없이 걸었지만, 적멸보궁에서부터는 산길이 시작되면서 아이젠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직도 눈이 쌓여있었고 또 바닥은 단단한 얼음으로 얼어 있었습니다. 아이젠을 끼고 눈 쌓인 산행로를 밟는 느낌은 뽀드득 뽀드득 겨울 산행의 묘미,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눈쌓인 산행길을 힘들게 오르기를 2시간 남짓...드디어 비로봉에 오릅니다.  정상에서 둘러 본 주변의 눈 덮힌 산들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탁트인 전망 뿐 아니라 끝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겨울산들의 열병이 압권입니다. 그 광경은 마치 마지막 겨울산의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봄을 기다리는 여인의 아름다운 여체와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월정사와 상원사에 얽힌 이야기 하나

 

모든 사찰이나 문화여행이 그렇지만 월정사와 상원사에 얽힌 이야기는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설을 알지 못하면 월정사, 상원사 여행의 즐거움은 줄어듭니다.

 

월정사 매표소를 지나면 500년을 넘긴 전나무 숲이 1Km 가량 시작이 됩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전나무 숲을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면서 걷는 것으로 월정사, 상원사 여행이 시작이 되는데, 이 전나무와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려 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매일 부처님께 콩비지국을 공양하던 중 하루는 소나무 가지에 걸려있던 눈이 떨어지면서 국 그릇을 뒤짚어 놓고 말았습니다. 나옹선사는 "이놈, 소나무야 너는 부처님의 진신이 계신 이 산에 살면서 큰 은혜를 입었거늘 어찌하여 부처님의 공양물을 버리게 하였느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산신령이 나타나, "소나무야, 너는 부처님께 죄를 얻었으니 이 산에서 살 자격이 없다. 오늘부터 이 산에는 전나무 아홉 그루가 주인이 되어 산을 번창하게 하리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후 오대산에는 소나무가 없어지고 전나무가 번성하였다고 하니 오대산의 전나무와 불교 신앙을 잘 혼합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월정사에서 9Km 쯤 위로 올라가면 위치하고 있는 상원사는 아름다운 종과 신비한 전설이 깃든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상원사와 얽힌 이야기는 조선 시대 세조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지독한 피부 병에 시달리던 세조가 이곳 상원사에서 피부병을 기적적으로 치료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 세조의 목숨을 살린 고양이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병에서 완치된 세조가 상원사 법당에 올라가 예불을 드리려고 할 때, 법당에 숨어 있던 자객이 세조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자객이 암살을 하려던 순간, 예불을 드리는 세조의 옷자락을 고양이가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암살의 위기를 모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세조는 고양이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절에 전답을 하사하고, 한 쌍의 고양이를 돌로 새겨 청량선원 앞의 계단에 자리 잡게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상원사 사자암

 

 

 

 

 

 

적멸보궁 마당에서 앞을 바라보면서 찍은 모습(최고의 명당답습니다)  적멸보궁의 정면 뒷쪽은 비로봉 정상

 적멸보궁에서 참배객들에게 무료로 보시하는 맛있는 떡

 

 

 

 비로봉 정상에서 동쪽으로 바라 본 능선들..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황병산

비로봉에서 서쪽으로 바라 본 눈 덮힌 능선들... 

상원사(문수전)

'여행과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4.5 봄 나들이  (0) 2012.04.12
2012.3.10 아미산(충남 보령)  (0) 2012.03.10
[스크랩] 아차산 등산코스  (0) 2012.01.28
2011.12.10 평창 백덕산  (0) 2011.12.12
2011.11.27 팔공산  (0) 201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