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1.11.27 팔공산

석전碩田,제임스 2011. 11. 27. 23:08

매년 11월 넷째주 토요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올해부터 이 날은 초등학교 동창회날로 미리 정해 놓은 날입니다. 올해에는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미리 조정해두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갔다가 친구들만 만나고 그냥 올라오는 것도 아쉬울 것 같아,  시간이 되는 몇몇 친구들과 말로만 들어왔던 팔공산을 오르기로 계획을 하고 산행 채비를 해서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

 

서울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대구 지하철을 이용하여 성서공단 역까지 접근하는데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그리고 거의 3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마치 엊그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언뜻 이름은 떠오르진 않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40년 전 추억이 아련하게 살아나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친구라도 멀리서 바라보면서 그저 말없이 씩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만 해도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초등학교 친구들이었습니다. 각자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은 일일이 주고 받으며 나눌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오십을 훌쩍 넘은 중년의 모습이 삶의 사연들을 말해 주는 듯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샌 친구, 또 머리가 벗겨진 친구,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온 친구, 농사 짓느라 구릿빛 건강한 얼굴에 어쩔수 없이 생긴 주름들. 서로가 살아가는 모습은 달랐지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친구'라는 한 단어로 서로가 하나되는 정감어린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 이 어찌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멀리 강릉에서 온 승석이와는 하룻 밤을 함께 지내면서 좀더 자세한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 자기 동네에서 모이는 동창회 모임에 멀리서 온 친구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쉽다면서 굳이 밤 늦은 시각까지 함께 해준, 착한 의균에게는 눈물겹도록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시절, 학교에 찾아온 '나의 엄마'에 대한 추억을 오히려 나보다도 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의균이는 연신, '자네가 이렇게 된 것은 자네 모친의 치맛바람에 가까운 교육열과 사랑'이니까 그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을 했지요. 의균이 말대로 그 사랑을 되 갚아드리고 싶지만 이미 이생의 사람이 아닌 것을 한탄하며 불효자는 울 뿐입니다.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한 승석아, 네가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생명 운동'에서 욕심없이 뜻을 펼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기는, '큰 성공'을 거두는 날을 응원하마. ^&^

 

      

 

 

*

 

팔공산 산행은 동화사 케이블카를 탑승한 후, 동봉을 올라 염불암을 거쳐 다시 동화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서 힘든 산행 코스를 동행해 준 점태와 현숙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산행 중에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 주제중의 하나, <내려가는 길은 더욱 조심 조심...불규칙적인 소리 내지 않기>..이제는 삶의 반환점을 돌아,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들어선 친구들이 일상의 단조로운 규칙적인 소리를 지겹다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삶의 곡조삼아 즐기면서, 건강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

 

코스 : 동화사 케이블카 - 낙타봉 - 철탑 삼거리 - 약사여래입상 - 동봉 - 부도암(浮屠庵) - 동화사

소요시간 : 4시간 30분

 

      

                낙타봉에서 내려다 본 염불암의 모습            동봉에서 하산 도중, 올려다 본 비로봉

  

가파른 산행길이지만, 함께 걷는 길동무와 쉬어가는 여유가 있으면 한결 쉬운 길이지요 ^&^

동봉에서 바라 본 팔공산 주능선의 모습..저멀리 보이는 봉우리 중 하나가 갓바위

동봉 꼭대기에서 인증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