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1.10.14~15 전남 고흥 팔영산(八影山)

석전碩田,제임스 2011. 10. 16. 00:06

멀리 전남 고흥에 있는 팔영산(608m)을 다녀왔습니다. 워낙 먼곳에 위치한 산이라, 서울에서 금요일 밤 11시에 출발, 밤 새도록 고속도로를 달려 고흥에 도착하는 무박일정을 택했습니다. 현지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 서쪽 하늘에 오리온좌 별이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고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미리 예약 해 놓은 식당에서 이른 아침 식사를 한 후, 능가사 앞 야영장 공영 주차장 화장실에서 간단한 세면과 화장을 고친 후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오전 7.  

 

산행 기점은 능가사 왼쪽으로 조성되어 있는 야영장을 거쳐 기와가마터를 지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제 1봉인 유영봉을 오르는 산행로입니다. 능가사 부도탑에서 올려다 보이는 팔영산의 모습은 아침 여명 탓에 역광으로 어렴풋하게 보여서인지 마치 구슬 여러개를 진열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산으로 접어들어 호젓한 바윗길을 약 40분 정도 오르면 흔들바위가 나오고 그곳에서 또 약 20분 정도 평범한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오르면 금방 제 1봉인 유영봉이 반깁니다.

유영봉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장관이 펼쳐지지요. 계절이 계절인지라 황금들녘으로 변한 들판과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남해 다도해의 바닷물과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있는 그대로의 수채화 그림 액자 같습니다.

  

수채화 감상을 하다 갈길을 재촉하면서 산행로로 다시 접어들면 제1봉 유영봉에서부터 제 8(적취봉)까지 차례대로 이어지는 산행로는 아기자기한 암벽 등반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위험한 구간은 일일이 계단에 손잡이를 설치해 놓아, 초보자들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한 봉우리를 넘으면 그 다음 봉우리가 우뚝 솟아 빨리 오라고 손짓하듯 유혹하는 산행로 코스가 무척 재미있다고나 할까요. 아니 재미있다기 보다는 봉우리를 하나 하나 정복하는 성취감을 만끽하도록 하는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제 5(오로봉)에서 제 6(두류봉)으로 건너기 위해서는 5부 능선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가파란 계단길이 장관으로 펼쳐지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언제 저 길을 가나 싶어도 막상 발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금새 그 높은 봉우리 위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묘한 성취감을 주는 산이 팔영산입니다.

 

    

           제1봉 유영봉         제2봉 성주봉         제3봉 생황봉        제4봉 사자봉         제5봉 오로봉

   

          5봉에서 바라본 6봉 두류봉의 모습       제6봉 두류봉        제7봉 칠성봉         제8봉 적취봉

 

8봉인 적취봉에 오른 후, 우측으로 하산, 탑재를 거쳐 다시 야영장과 능가사로 돌아오는 산행로가 잘 가꿔져 있었습니다. 소요시간 5시간. 오르는 봉우리마다 인증 사진을 찍고, 또 화려한 수채화를 감상하는 여유를 부리고도 완주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 이 정도라면 누구나 한번 도전해볼만한 멋진 산이 아닐까요?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맞는 시골 아낙들의 정겨운 좌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