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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깨달음의 이야기, 문예출판사 刊, 디펙 초프라 著

석전碩田,제임스 2011. 12. 17. 23:04

 

 

지난 가을, 생명의 전화 상담원 후반기 교육의 일환으로 1박 2일 양평에 있는 어느 작은 수련원을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우리 일행이 1박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그곳 수련원을 운영하시는 분은 아마도 '애니아그램'에 깊이 심취되어 있는 분 같았습니다. 책이 꽂혀 있는 방의 책꽂이에는 애니어그램에 관련된 책과 논문들이 가득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잠시 쉬는 틈을 타, 책꽂이에 애니어그램 이외에는 어떤 책들이 있나 살펴 보던 중 눈에 띄는 책이 있어 몇 페이지를 읽다가 다시 꽂아 둔 책이, 바로 디펙 초프라가 쓴 이 책, <예수, 깨달음의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그곳을 다녀 온 후, 그 때 잠시 읽었던 책 내용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어 서점으로 달려가  구입했고 손에 잡은 지 이삼일 만에 다 읽었던 책입니다.

 

이 책이 나에게 빨리 흡수되듯이 잘 읽혀졌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요즘 화두로 잡고 있는 주제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화두란, 눈에 보이지 않는 성령 하나님을 어떻게 하면 마치 인간과 인간이 만나듯이 실제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성령 하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신앙이 어떤 때에는 흐리멍텅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하나님이 없는 듯 조롱하듯이 죄를 밥 먹듯 짓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제가 잡고 있는 요즘의 화두였지요. 특히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한국 교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날마다 접하면서, 한국 교회가 그 동안 바로 이 문제를 제대로 가르치고, 또 배우지 못해서 생기는 일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많은 신자들이 바로 이 문제에 막혀, 나름대로 믿음 생할은 한다고 하지만 늘 컬컬한 심령으로, 허공을 잡는 것 같은 신앙 생활을 하다가 어떤 사람은 율법적이고 교조적인 신앙으로 덤덤한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엉뚱한 거짓 교리에 빠져 사람의 미혹을 받아 이단 신앙으로 빠져들기도 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가슴 아픈 현실이니까요.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 가만히 그들의 믿음 체계를 엿들어 보면, 역설적인 말이긴 하지만 배울 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의 기독교인들이 보이지 아니하는 성령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지 못해 흐리멍텅한 막연한 관계를 갖는 반면, 이단 교리를 진리로 믿고 있는 사람들은 비록 그것이 거짓과 가짜이지만, 자신들이 믿는 교주가 '눈에 보이는 성령' 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약속한 목자'라고 믿으면서 <가슴뛰는 거짓체험>까지 하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올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디펙 초프라가 쓴 <예수, 깨달음의 이야기>는 나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2000년 전 이 땅을 거니시면서 직접 인간의 모습으로 사셨던, 하나님이셨던 예수는 어떻게 메시야가 되었을까 하는 물음에 답하는 내용입니다.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 즉 예수가 설흔이 되기 전 그가 유대 땅에 살아가면서 느끼고 경험했을 법한 사건들과 만남, 그리고 생각들이 이 예수 깨달음의 이야기의 소재가 됩니다.  육신의 동생인 야고보와 함께 당시 무력으로 로마 제국에 맞서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무력 투쟁을 하던 혁명당에 몰래 찾아가는 장면도 등장하고, 또 그곳에서 영악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가롯 유다도 만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혁명당에서 계획했던 음모를 실행하는 등 혁명당의 일에도 가담하는 예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예수가 서서히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도 인간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당시 유대 땅은 열성 혁명당과 바리새파, 사두개파, 그리고 신비주의 종파인 에세네파 등 각기 제 나름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면서, 당면한 삶의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던 시대였습니다. 예수도 그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부단히 알고자 구도의 길을 떠났던 한 사람의 젊은이였습니다.

 

이야기는 예수와 혁명당이었던 가롯 유다와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관계 가운데 우연히 만나게 된 막달라 마리아 등이 주인공이 되어 진행됩니다.  물론 저자의 상상력과 소설적인 허구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세계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성경에서 유다와 예수와의 관계, 예수와 마리아와의 관계 등이 어쩌면 더 잘 이해되어지게 하는, 성경을 이해하는 참고서 역할도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에는 유다가 예수를 배신하는 내용이 아주 간결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예수가 메시야로서 자신의 정체감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유다는 꾸준히 세상적인 가치관으로 방해하고 또 훼방하는 모습들과, 결국 자신의 길을 가다가 실패한 후, 공생애를 시작한 예수를 다시 만나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당면 과제를 예수는 어떻게 풀어나갔으며, 반면 예수를 배반했던 유다는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기본 줄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예수가 메시아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으면서 거듭나게 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예수임을 말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류의 이야기가 예수의 신성에 누가 된다고 생각해서 불경스런 책이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일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인간이셨던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그 예수가 오늘 이 순간에도 성령 하나님으로 우리 속에 내주하시는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면, "가슴 뛰는 인간적인 만남"으로서의 이런 깨달음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많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경이 그저 신화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잃어 버린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도 내 속에서 살아계시면서 작은 예수로 살도록 큰 음성으로 촉구하시는 예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바로 오늘 내가 그런 깨달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내려가는 또 다른 한 사람의 저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용납된다는 생각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디펙 초프라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