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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다시 배운다, 조효근 著, 들소리 刊

석전碩田,제임스 2011. 7. 19. 16:19

"이제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갑자기 이 말을 들으면 기독교 신자들 중 십중 팔구는 또 무슨 이단이냐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오래 전부터 구독하고 있는 주간 신문인 <들소리 신문>을 보면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제목의 글입니다. 이 신문의 발행인인 조효근 목사. 그는 대학에서 37년간 세계 교회사(종교사)를 강의해 온 학자이면서, 개인적으로는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기독교의 타락을 누구보다도 가슴아파 하면서, 그 대안을 '원형 예수'를 재발견하고 만나는 일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이 분이 쓴 <예수 다시 배운다>는 2004년도에 출판된, 자신의 신앙 고백서이면서 또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면서 복음서, 특별히 요한복음을 밀도있게 묵상한 묵상서입니다. 최근 저는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정독을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6년 전, 들소리 신문사에서 주최한 터키 소아시아 일곱 교회를 둘러보는 성지 방문 여행에 우연히 합류하게 되면서 알게된 저자는, 그 이후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먼 발치에서만 아는 사이로 지내왔습니다. 대면해서 만난 일은 당시 여행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없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 지는 정기 구독하는 들소리 신문의 제 1면에 '無然'이라는 필명으로 언제나 실리는 그의 글에서 이미 알아온 터였기에, 저 혼자는 그를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그런 그가 2004년, 늘 바쁘고 또 재정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신문 발행 책임자로서,  내기 어려운 귀한 시간을 뚝 떼어내어 한 달 반 가량을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자신의 신앙 생애 반 평생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쓴 글이 바로 <예수 다시 배운다>는 책의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한 사람 구도자의 속 깊은 생각과 삶을 살아오면서 짊어졌던 모든 고뇌들이 녹아 있는 글들을 소화하면서 읽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실의 기독교를 바라보면서 마음 아파하면서, 2천년 전 예수께서 이 땅을 거니시면서 제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그 '마음'-원형의 예수 -을 바로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 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으로, 즉 지금 자신이 바른 방향으로 정진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이 글을 썼다고 그는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적어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새로운 종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만 보더라도, 살아계신 성령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체험했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패역한 사건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볼 때, 그동안 기독교는 너무도 많은 실수와 죄악들을 저질러 놓고 그것을 회개할 줄도 모르는, 소위 종교적인 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마치 2천년 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종교 지도자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에 의하면 서기 300년 경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화가 되는 과정과 이슬람의 출현, 그리고 십자군 전쟁 등이 바로 그 기독교의 죄악의 증거들입니다.

 

그는 오늘 날의 기독교가 "삼위일체 하나님"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능력도 없고 생명도 없이, 마치 막다른 골목에 있는 듯한 말기현상을 보인다고 단언합니다. 또 삼위일체 하나님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그동안 나타난 모든 이단들이 거짓 교리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못자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무 대항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에 빠져 있음을 고발합니다.

 

격앙된 그의 들소리를 직접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기독교는 예수를 바로 배워야 한다. 바울에게서 무엇을 배웠는가. 내가 그 고난의 남은 분량을 내 몸에 채운다(골1:24) 하지 않던가. 내가 내 몸에 그의 흔적을 가진다(갈6:17) 하지 않던가. 이 고백이 바로 바울이 예수의 육신에 참여한 자요 믿음의 승자임을 증거하는 것이다. 또 예수의 육신에 참여하지 않고는 믿음의 승리를 꿈도 꿀 수 없다.(중략) 둘째, 교회를 사유화하는 탐욕의 자식들이 교회를 점유하고 있다. 감히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어떻게 어떻게 하면 교회나 교회 기관을 사유 재산화하고 있는 도둑들을 반드시 색출할 수 있을까? (중략) 셋째, 교구를 파괴하여 독립교회적 발상, 또는 한 시대 타락한 자본주의 기업들이 시도했던 소위 문어발식 독식 전략을 막아야 한다. 이른바, 지성전, 지교회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지교회가 전국교구화하여 신약 교회 정신과 신학을 정면으로 파괴하는 교회들을 고발해야 한다. (중략)넷째, 여자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목회자들 자숙하고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아 오라. 나도 목회자 생활을 하고 있기에 잘 알지만 그러나 상습적으로 질질 끌려다니다가 망신을 당하고 교회에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주는 일은 목사들이 할 일이 아니다.(중략) 다섯째, 목회 능력이 부족한 목사들은 반성하고, 정히 자신이 없으면 옷을 벗으라. 사실 백만명, 천만명이 모여 사는 곳에서 목회하면서 신자 몇 십명 붙잡고 이십년 삼십년 세월을 보내는 경우 그 목회자는 반성하고 더욱 분발할 준비를 해야 한다. 자기가 변해야 한다. 온 몸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 대신 죽을 수 있는 대속의 은혜를 받은 자라야 한다. 여섯째,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여기가 천국이기라도 하듯이 성실한 자세로 세상에 있는 모든 이들을 섬겨야 한다. 교회들이 이 세상 말고 또 어디 갈 곳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건 말 그대로 착각임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세상에서 하늘 나라 이루어 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하늘 나라 이루어 보지 못한 사람이 갈 하늘 나라는 없다. 천국은 여기 있다 저기 있다가 아니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던가. 섬길 만큼 섬겨보라. 예수께 하듯이, 예수라고 생각하고 상대방을 섬겨보라.(후략)"

 

그의 글을 따라 가다 보면, 현실 교회를 바라보는, 구도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과 뜻이 무엇인지를 간절한 마음으로 갈망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성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는 요한복음 14장 12절의 말씀을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나를 믿는 자는 나의 하는 일을 저도 할 것이요, 또한 이보다 큰 것도 하리니.."  교회가 하나님, 예수님, 그리고 성령 안에서 일체(一體)를 이루는 큰 비밀을 깨달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삼위일체를 말하고 있는 요한복음 17장의 말씀을 그는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묵상>이라는 책의 저자로서, 그는 깊이 있게 요한복음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날, 아니 오늘 날에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기독 교회가 과오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현실 한국 교회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진지하게 한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