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아들이 자대배치를 받아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입대하기 전 가족들이 자주 갔던 정통 이태리 피자 집을 들러 피자도 몇 판 사고, 또 동네 떡집에서 동료 병사들이 먹을 떡도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가끔씩 외식할 때 찾곤했던 한 동네 식당의 제육볶음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들이 좋아했던 음식 중의 하나였거든요.
대학원을 마치고 느지감치 군에 입대했던 25년 전, 나는 자대배치를 받은 후 무던히도 '고문관' 역할을 했습니다. 나이 어린 고참들이 혹시나 나이가 자기들 보다 훨씬 많은 나에게 처음부터 기가 눌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던지, 말도 안되는 걸로 트집을 잡아, 허구한 날 '집합'을 해댔지요. 거의 1년이 지나, 내가 상병으로 진급할 때 쯤 되어서야, 그동안 집합을 당하고 얼차려를 받았던 게 모두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였으니 나의 고문관 노릇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지요?
그러나 그 이후, 아이러니컬 하게도 나의 군 생활은 "태어난 후 가장 재미난 인생의 기간"이라고 할 정도로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음 적응에는 늦었지만, 일단 적응을 한 후에는 그 생활에 푹 빠져버릴 정도로 즐길 수 있었지요. 당시 내가 했던 일은 사단 사령부 인사처에서 장교 인사를 담당하는 행정 업무였지요.
한 세대가 지난 후, 작은 아들은 아빠보다 상급 부대인 군단 사령부 본부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에게 주어진 일은 행정병 일이 아니라 사병 식당의 취사병 보직이었는데, 부전자전인지 아들도 처음 적응에 많이 힘이 들었나 봅니다. 며칠 전 본부대장이 연락이 와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들을 취사병에서 경비중대로 보직을 변경하겠다는 말에, 만사 제쳐 놓고 면회를 한번 해야겠다 생각 하고 찾았던거지요.
지난 두 달간 생소한 일에 적응하느라 참 많이도 힘들었던지 얼굴이 핼쑥해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안쓰럽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아비의 마음인 가 봅니다. 새로운 곳은 괜찮다고 웃어 보이는 아들을 보고 오니 한결 마음은 놓였습니다.
홍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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