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쉰 번째 아내 생일 날에..

석전碩田,제임스 2011. 11. 21. 11:53

지난 금요일, 퇴근하면서 꽃집에 들러 장미 스무송이, 그리고 제과점에서 생크림 케잌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조그만 이벤트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당일 아침에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그냥 출근을 했습니다. 그래도 하루가 가기 전에 다시 생각이 나서 부랴 부랴 작은 정성이라도 표현할 수 있었으니 천만 다행이었지요.

 

벌써 쉰 번째를 맞는 생일이라니, 참으로 기가 찬 일입니다. 스물 아홉살에 결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 나이가 벌써 쉰이라니요. 되돌아보면 살아오면서 별로 이룬 것도 없는 것 같고, 또 정신적으로도 그리 성숙해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짧아져 있으니 말입니다.

 

둘째 아들은 군 복무 중이고, 첫째 아들은 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제 맘껏 놀아보려는지 매일 바쁩니다. 이 날도 T.G.I Friday 라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 온다면서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일에는 무덤덤한지라, 결국 둘이 거실에 앉아 조촐하게 생일을 축하하는 예식(?)을 치렀습니다. 저녁 식사는 동네 골목길을 한바퀴 도는 짧은 산책을 하다가 가고 싶은 식당에 들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저녁을 끝내고 식당을 나서니 아내의 생일을 축하라도 해주듯이 늦 가을비가 후두둑 떨어지더군요. 비에 젖어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면서, 요란하게 내 보일만한 축하는 아니지만 그저 이렇게 부부가 함께 곁에서 삶을 평범하게 살아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도 그저 이런 게 좋다면서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더군요. 

 

30, 40대에는 아옹다옹 하면서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면서 살았다면,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는 하나 하나 내려 놓으면서 한걸음 물러서서 살아가는 것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아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된 것만도 철이 든 것이겠지요? 어느 시인이 말한 것처럼'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내년의 생일을 맞는 아내가 되길 바라며...다시 한번 생일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