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11 소백산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 <유월이 오면>을 읽으면, 유년 시절 마을 뒷산에서 소먹이던 시절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6월 이맘 때쯤 소를 몰고 뒷산으로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감자밭의 감자꽃을 저는 늘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합니다. 보라색 감자꽃은 화려하지도, 또 눈에 확 띄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감자꽃을 보노라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끼곤 했지요. 아마도 그 감자꽃이 필 무렵이면 멀리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와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찔레 향기 머금은 바람이 조화되는 때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회지에 살면서 의외로 감자꽃을 본 적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시인은 비오는 날, 피어있는 그 감자꽃에서 그리운 사람의 눈물을, 그리운 사람의 향취를 맡고 있는 듯 합니다.  시인의 눈에도 그 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후략)

 

제 블로그에 오래 전 도종환 시인의 <유월이 오면>을 읽고 후기로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

 

소백산을 오르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하면서, 오늘은 지금쯤 지천으로 열려있을 산딸기며, 뽕나무의 오디를 볼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반기는 것은 보랏빛 하얀꽃을 피운 감자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가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도 여전했습니다.

 

뭐랄까. 이번 소백산 토요 산행의 전체적인 느낌은, 어릴 적의 추억을 다시 한번 반추해 내는 그런 부담없는 산행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녹음이 짙어져 가는 한가로운 고향 마을(아내가 태어난 고향이 바로 영주입니다) 풍경을 한 눈 가득 담고 온 멋진 산행이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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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습니다. 천동지구를 기점으로 오르는 소백산 산행로는 울창한 숲길을 그저 산책하듯이 걷는 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약 2Km가 계속되는 초입길의 오른쪽 계곡에는 함박꽃나무에 탐스런 하얀 꽃이 자태를 뽑내고 있었지요.  천동 야영장까지 이어진 널찍한 길은 이곳에서 끝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듭니다. 그러나 산 길도 잠시, 금새 주목군락지 부근에 다다르면 하늘이 훤히 보이면서 저 멀리 비로봉 정상의 완만한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는 부담없는 산행 길입니다.

 

 

힘들지 않다고 천천히 걷다보니 너무 여유를 부렸나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에는 예상 소요시간인 3시간을 훨씬 넘겨 이미 오후3시가 다 되었으니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린 셈인가요? 먼저 올라간 일행에게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면서 하산.. 삼가지구  야영장에서 계곡 물에 잠시 발을 담글 때,  이미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답니다.

 

 

      

 

  

 

 

 

   

 

대학 신문사 시절, 조사부 3대가 함께 모인 기념으로 한 장 찍었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