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몇 주 전에 올랐던 인왕산을 또 올랐습니다. 지난 번에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아 오르지 못했던 창의문에서 백악산을 오르는 게 목적이었지만, 창의문에서 백악산만 오르면 너무 짧은 산행이 될 것 같아 인왕산을 올랐다가 다시 창의문을 거쳐 백악산을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번 인왕산 산행때와는 역순 코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부암동사무소를 기점으로, 오른쪽 주택가로 진입하여 대나무 숲길을 지나 기차바위, 백련봉을 올랐다가 다시 창의문으로 돌아와서 백악산을 오르는 순서였습니다.
기차바위 능선까지 오르는 데는 걷기 시작한지 불과 30분 남짓.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어찌 그리 시원한지요. 저 아래 주택가 주변에 하얀 서리가 내린 것 같이 울창하게 만개한 아카시아 때문인지 향기로운 향이 어디선가 은은하게 연신 다가옵니다. 기차 바위 부근, 맞은 편 안산 봉우리와 홍제동, 연희동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간단하게 싸가지고 간 과일과 커피를 마시면서 한 숨을 돌립니다.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싶었던지 귀엽게 생긴 다람쥐 한 마리가 우리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백련봉에서 창의문까지의 내리 막길을 내려 올 때에는 성벽 계단길을 피해, 성벽 아래 바깥 길을 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 찔레 순이며, 둥글레, 오리나무 등 각종 새로 돋아난 순한 초록 순들이 산행로를 울창하게 침범할 정도로 고즈늑한 길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창의문에서 간단하게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고 출입 패찰을 목에 건 뒤에는 백악산 정상까지 가파른 나무 계단 길이 이어집니다. 행사를 위해서 이곳을 찾은 유치원생에서부터 초.중.고등학생, 또 단체 여행객들이 줄줄이 줄줄이 내려오는 틈새를 비집고 계단을 오르기를 30여분..어느 새 백악산 정상에 설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정면으로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는 남산(목멱산), 그리고 오른 쪽으로는 조금 전에 올랐던 인왕산이, 또 왼쪽으로는 성균관대학 뒷산 쯤으로 추정되는 낙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아, 이곳이다. 이곳에 500년 도읍지를 정하는거다. 저 멀리 유유하게 흘러가고 있는 한강이 기가 차구나.' 그 옛날 이곳에 우뚝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바로 이곳이다라고 결심했던 무학대사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백악산 마루에서 숙정문 방향으로 조금 내려 간 지점에 서 있는 김신조 무장 공비가 내려왔을 때 총상을 입었던 흔적이 있는 소나무 앞에서 인증 샷을 한 후, 창의문으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총 소요시간 4시간..내가 살고 있는 서울을 내려다보면서 널럴하게 계절의 여왕, 5월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요. 성곽 바깥으로 잡힐 듯 울창한 녹음을 뽐내고 있는 밤나무가 한창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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