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11.4.28 아침고요수목원

석전碩田,제임스 2011. 5. 1. 15:12

비 예보가 있는 토요일은 산행을 가기도 그렇고 또 안가기도 그렇고 해서 하루 일정을 잡는 게 늘 어정쩡합니다. 토요일만 되면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나를 보고 아내는 종종 이렇게 타박을 합니다. '좀 가만히 있는 시간을 좀 가져 보라'고 말입니다. '쉬는 날이면 꼭 어딘가에는 가야 직성이 풀리니 함께 사는 게 많이 힘들'답니다.  그러면 저는 '내 팔자에 역마살이 두 개씩이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리 저리 바람처럼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러지 못하면 병 나는 법이니까 이해해 달라'고 투정을 부리곤 하지요. 예수 믿는 사람이 무슨 팔자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제 나이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제 사주팔자를 열심히 공부를 하신 후에 제게 들려주신 말씀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합니다.

"너는 역마살이 두 개가 있는 걸 보니 외교관이나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겠구나"

"역마살이 뭔데요?"

"응, 한 군데 머무르기 보다는 이곳 저곳을 다녀야 성공할 수 있는 팔자란다."

 

부자지간의 하찮고, 어쩌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대화이지만,  그 후 저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서 움직이는 게 더 신나는 순간을 겪게 되면 그 때 그 대화를 떠 올리곤 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움직이는 걸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참 현명하셨다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아들의 사주팔자가 정말 맞는 지 여부를 떠나서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아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은연 중에 삶의 에너지와 꿈을 갖도록 하셨으니 말입니다.

 

*

 

밤 새 천둥 번개를 동반하여 엄청난 비가 내렸고, 여전히 비가 내린다는 날, 우산을 쓰고 돌아보는 아침 고요 수목원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에 늦은 아침식사를 한 후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간밤에 온 비는 어느새 그쳤고 잔잔하게 안개비가 내리는, 너무도 멋진 봄 날씨여서 수목원을 둘러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완전히 지지 않은 벚꽃이며 진달래, 튤립, 아네모네, 마가렛 등 일부 봄 꽃을 제외하곤 그다지 많은 꽃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이제 막 올라오는 각종 꽃 나무들의 새싹들이 가지각색으로 다양했습니다.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가 유명해서 '번호표를 받고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식당이지만 천둥 번개 비가 내리는 날이라 손님이 적어 오는대로 먹을 수 있어 "손님은 행운"이라는 식당 종업원의 은근한 자랑을 안주 삼아 먹었던 닭갈비는 진짜 일품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몇 개의 꽃 모종과 라벤다, 로즈마리 화분을 구입해 와서 비를 맞으면서 옮겨 심어 거실에 둠으로써 오늘의 나들이를 총 정리하였습니다.

 

 

 

 

 

 

 

 

 

 천사나팔

 

 

 

 

 

 

 

 

 

새로 구입한 화분에 심은 라벤다, 로즈마리, 델모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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