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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로이드 죤스의 <십자가>

석전碩田,제임스 2009. 6. 29. 17:11

마틴 로이드 죤스, 1899년에 태어나서 26세에 왕립의학협회로부터 의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청년 의사, 그러나 거룩한 부르심에 순종해 '영혼을 고치는 의사'인 목사가 되어 평생 설교자로 살았던 사람.

 

그후 30년 동안 런던 웨스트민스트교회에서 캠벨 몰간의 후임으로 교회를 맡아 사역한 그는 20세기 최고의 강해 설교자이자 탁월한 복음주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의 권위가 훼손되고 피상성에 머물러 있는 현대 교회의 상황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한 권위를 가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온전하게 설교하는 것과 교회의 진정한 부흥은 항상 맞물려 있음을 강단에서 역설했고 또 그렇게 실천한 설교자였습니다.

 

이 책의 원제(原題)는 <The Cross: God's way of salvation>으로, 1963년 가을, 미국 대통령인 케네디가 암살당한 바로 그 해에 웨스트민스트 교회당에서 갈라디아서 6장 14절의 말씀 한 구절만을 가지고 강해 설교한 것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에 대하여 그러하니라."

 

저는 지난 한 주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명쾌하게 복음을 제시하고 있는 로이드 죤스 목사의 음성을 다시 들으면서 은혜에 감격할 수 있었습니다.  차분한 음성으로 왜 우리가 십자가만을 자랑해야 하는 지를 말씀하고 있는 그의 음성은, 천둥같은 소리로 제 마음을 때렸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소 제목으로 하루 저녁의 강해설교 내용 단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 놀라운 십자가, 제2장 정밀검사, 제 3장 하나님의 지혜, 제 4장 세상을 사랑치 말라, 제 5장 십자가의 개가(凱歌), 제6장 평강의 왕, 제 7장 말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 8장 새로운 피조물, 제 9장 구속(救贖)과 자유.

 

그는 매 주제마다에서 화두가 되는 질문을 먼저 던져놓고 그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설교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답은, 로이드 죤스 목사 개인의 대답이 아니라 성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성경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먼저 인용하면서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입만 열면 전파했던 말씀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갈라디아서 6장 14절의 말씀, 즉 오직 십자가만 자랑한다는 사도바울의 고백을 말합니다. 그리고 왜 그가 십자가만을 자랑해야 했느냐는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십자가가 무엇이었길래 그는 십자가만을 자랑한다고 했을까에 대한 답변을 하는 그의 음성을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질문이 던져지고 또 다른 질문에 답변하는 그를 따라가다보면 점점 더 깊은 복음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게 됩니다.  좀처럼 지루하지 않습니다. 단숨에 한 주제를 다 읽은 후, 그 다음 주제는 과연 무엇으로 화두를 던질 것인가가 궁금해져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세상을 사랑치 말라, 십자가의 개가, 평강의 왕, 그리고 새로운 피조물 등을 다루는 책의 뒷 부분에서는, 우리 인간의 현 주소를 너무나도 명쾌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공중의 권세 잡은 영(사탄)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우리 인간의 죄된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보게 하는 십자가야 말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고 자랑해야 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설교의 마지막 부분을 한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생전에 한번 뵙지는 못했지만 확신에 찬 음성으로 십자가를 선포하는 노(老) 설교가, 로이드 죤스 목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이 십자가를 자랑합니까? 아니면 아직도 여러분 자신을 자랑합니까? 여러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아십니까?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엔 여러분은 자신을 증오할 것이며 사망의 몸에서 구원받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너를 구원했도다'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그가 죽으심은 우리로 하여금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고백하게 하기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값을 주고 산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사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주님께서 속(贖)한 자들입니다. 또한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를 하시며 다시 오셔서 우리를 자기에게로 영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