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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 유진 피터슨, IVP 刊

석전碩田,제임스 2009. 9. 19. 11:33

 

유진 피터슨은 목회자들의 목회자로 통합니다. 그는 특히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을 강조합니다. 그가 그렇게 일상의 영성을 강조하게 된 데에는, 30년 동안의 목회 사역을 그만 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어내는 새로운 사명을 발견하게 된 데에는 바로 자신의 꿈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는 사순절 예배를 끝내고 초신자반 교육을 마무리짓고 책 원고를 탈고하고 대학강의의 기말고사 성적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 새 소진 상태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대한 영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병원심방과 같은, 사소한 잡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는 섬으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그는 부드러운 해안가를 거닐며 바닷새들을 경이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잔잔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편안한 리듬도 느꼈습니다. 달은 밝았고 밤새도록 산들바람이 텐트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동안의 모든 피로를 씻어내고 불안의 먼지들을 깨끗하게 쓸어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꿈을 꾸었습니다. 놀라운 꿈이었습니다. 마치 야곱이 벧엘에서 꾸었던 꿈처럼 구체적인 현실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하는 꿈이었습니다. 그는 꿈에서 볼티모어에 있는, 한 서점 입구의 진열대에서 “Lists"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 책은 뉴욕타임즈의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위였습니다. 저자는 게리 엘링슨이었습니다. 그녀는 그가 시무하는 교회의 성도였고 그의 35년 된 친구였고 3아이의 엄마였고 지극히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그는 흥분했습니다. ‘그녀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그는 그녀가 책을 쓰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는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몬타나에 있는 그녀의 집에 전화했습니다. “방금 당신 책을 봤어요. 베스트셀러더군요. 나는 당신이 작가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정말요? 저는 그 책을 거의 평생토록 썼어요.” “우와, 정말 몰랐어요. 축하해요. 당장 사서 읽어야겠군요.”

  

그는 전화를 끊고 그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책의 내용 전체가 야채 목록, 세탁물 목록, 계산서 목록, 크리스마스카드 목록, 수선해야 하는 의류 목록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야기도, 설명도 없이 오직 목록만 있었습니다. 그가 잠에서 깨었을 때 그는 그 꿈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가 위대한 영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생각했던, 사소한 일상의 목록들이 거룩함의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그가 쓰레기쯤으로 치부하고 빨리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었던, 사소한 일거리들이 베스트셀러를 위한 재료였습니다. 그는 그 꿈을 꾼 이후로 공책 하나를 사서 만날 사람, 써야 할 편지, 심방, 기타 용건들을 적어 넣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 일기의 목록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놓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그 꿈을 통해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 참된 영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지난 몇 주간 동안 읽었던 유진 피터슨의 책, <다윗 : 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IVP )은 바로 이와 같은 '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을 성경 속의 인물 중에서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한 사람, 다윗의 일생을 묵상하면서 깊이 있게 소개하는, 사무엘 상,하서의 묵상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책만 읽은 게 아니라 성경책 사무엘 상.하서와 동시에 다윗이 지은 시편의 해당 시를 펼쳐놓고 읽으면서 은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진 피터슨은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성소에서 거짓말을 하는 다윗,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는 다윗, 법궤 앞에서 정신 없이 춤을 추는 다윗,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아를 죽이는 다윗, 아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다윗의 이야기등 사무엘서에 나오는 다윗 이갸기 속으로 우리가 뛰어들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 다윗 이야기야말로 현세를 사는 영성(earthy spiritually)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이 책은, 이야기라는 형식이 주는 재미와 성경에 기초한 상상력 넘치고 깊이 있는 묵상을 통해 독자들을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세계로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의 목회자들이나 성경의 독자들이 성경에서 영적인 원칙이나 도덕적인 지침, 또는 신학적 진리들을 잘난 체하며 끌어내고는, 우리 삶에 경건한 모양을 억지로 만들어 내기 위하여 우리 자신을 그 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나쁜 습관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잘못은 모든 강조점을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성취에 두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러한 교훈주의, 또는 도덕주의(moralism)가 영성의 죽음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 대신 성경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성경의 이야기들은, 하나님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 각 개인의 삶 가운데서 (분주하게) 역사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윗의 이야기는 바로 이와같이 하나님이 다윗이라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인생 가운데 은혜로 찾아오셔서, 그 이야기를 풀어가시고 또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계시며 그 사실을 한 사람 다윗이 철저하게 인정함으로써,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이야기, 구름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 그래서 순종의 삶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하나님이 주인공 된 이야기"라는 사실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다윗의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내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도전받게 합니다.  

 

동양적인 표현으로 지고지순한 우정을 나타내는 용어인 '지란지교(芝蘭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비유되는 영어식 표현은 '요나단 러브(Jonathan Love)'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다윗과 요나단의 사랑과 우정의 관계를 통해서 우정과 사랑의 문제를 심도 있게 묵상합니다.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과 그의 유모 시바로 이어지는 관계속에서, 사랑과 우정의 언약적 경륜이, 결국 다윗의 세계에서 그리스도가 나타나게 될 복음적 묵상으로까지 이어지도록 인도해가는 저자의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벽(Wall)을 매일의 삶속에서 느끼면서 그 절망으로 인해 한없이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현실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비록 그 상황이 힘들지만 그 속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원제(原題)'벽을 뛰어 넘어서(Leap over a Wall)'라고 이름 붙여진 것을 십분 이해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다윗이 비루한 삶을 영위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시글락'이라는 장소를 다루면서, 유진 피터슨이 말했던 부분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 독서의 계절 가을에 곁에 성경책을 펼쳐놓고 이 책을 거룩한 독서(렉치오디비나)로 정독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갈 때면, 나는 늘 가까운 교회를 찾아가서 그곳의 하나님의 백성과 합류하여 더불어 일하고 예배했다. 이내 실망을 느끼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 철두철미하게 성경이 말하는 그대로였다. 소곤대는 자, 불평하는 자, 신의 없는 자, 변덕스러운 자, 의심 많은 자, 죄에 찌든 자, 따분한 도덕주의자, 홀리는 세속주의자 등. 그러다가 어느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들어온 한 줄기 빛나는 아름다움이 그들 위에 비칠 때면, 나는 그 동안 죄로 어두워진 내 눈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만드시고 성령님이 창조하신 삶들, 곧 희생적인 겸손, 믿을 수 없는 용기, 영웅적 미덕, 거룩한 찬양, 고난 중의 기쁨, 끊임없는 기도, 끝까지 견디는 인내의 삶들을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다름 아닌 '그리스도'를 본다. 그 어느 곳보다도 시글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