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석전碩田,제임스 2009. 10. 25. 15:37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의 베스트셀러 소설『에디의 천국』개정판으로 우리말로 번역될 때,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이 책은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따뜻한 휴머니스트 작가라는 명망을 더욱 뚜렷이 한 작품으로, 팔십 평생을 놀이공원의 정비공으로 살아온 주인공 에디가 어느 날 사고로 죽음을 당한 뒤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차례로 만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에디는 젊었을 때는 전쟁에 참전하여 부상을 입었고, 50대에는 평생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온 독신노인. 태어나서 한번도 놀이공원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온 주인공 에디는 어릴 때 가졌던 작은 꿈조차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삶을 늘 무가치하게 여기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주인공 에디는 다섯 사람을 만난 뒤에야 자기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타인과 자신의 삶을 용서하고 이해하자마자, 그리고 이 모든 인연을 깨닫자마자, 그의 인생은 영원한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천국’이란  부정하고만 싶었던 자신의 삶과 화해하는 곳, 그리하여 영원한 평안을 얻는 곳에 다름 아님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 결국 운명적인 수레바퀴 속에서 때론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들과 연관되어 진행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분명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너무도 흔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너무 값싸게 허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의욕없이, 아니 아무 의미없이 순간 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런 삶이 내가 알지못하는 순간 어느 중요한 다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질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에디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 천국에 가서 우연히 다섯 사람을 만나면서, 전생의 삶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지만, 에디처럼 죽은 후에가 아니라 살아 생전에 깨닫게 된다면 그 삶은 분명 복된 삶일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되는 책이 이 책입니다. 자신의 기분에 취해 흥청망청 남들을 무시하고, 시기하는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남들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진정한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행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게 됩니다.

첫 번째 사람은 온 몸이 파래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삶을 살지 못하고 남들에게 웃음을 파는 서커스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 사람입니다. 그는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우연히 공을 주우러 가는 에디를 피하다가 그만 심장마비로 삶을 마치게 됩니다. 하지만, 에디를 미워하기보다는 죽음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은 대상이 아닌 잠깐 비켜간 존재임을 말해 주면서 그를 용서합니다.  두 번째 사람은 전쟁이라는 아비규환 속에서 만난 대위.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마저 희생한 그는 오히려 자기 때문에 불구가 되어버린 그에게 용서를 빕니다.  세 번째 사람은 놀이공원을 만든 남자의 아내. 그녀를 통해 그에게 평생 동안 분노와 애증을 안겨주었던 아버지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됩니다.  네 번째 사람은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아내인 마거릿.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지 못했던 그가 마음 한 구석에 아픔처럼 남아있는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그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게 됩니다.  다섯 번째 사람은 전쟁 속에서 자신과 동료를 살리기 위해 파괴시켰던 곳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한 어린 소녀를 통해 평생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죄책감을 그나마 떨쳐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다섯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동안 보잘 것 없어 보이기만 하던 자신의 삶에 숨겨져 있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 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결국 에디의 천국은 어제(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삶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며, 천국에서 만나게 되는 다섯 사람들은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해주는 길잡이인 셈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눈시울을 적시는 깊은 감동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먼 훗날 천국에서, 내가 만날 다섯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끌어내는 것은 바로 이런 공감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죽은 뒤에서야가 아니라 현재의 내 마음에서도 천국이 가능함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이 사랑받는 것은 두 가지 메시지 때문입니다. 하나는 “타인이란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의 가족입니다”(본문 66쪽)라고 하는 인연의 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은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었어요”(본문 238쪽)라고 하는 자기 화해의 사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타인이 나의 존재를 지탱해주고, 내가 타인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은 굳이 불교의 인연 사상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갖곤 하는 생각입니다. 작가는 바로 이 사실 때문에 ‘뻔하고’ 평범할 수도 있는 우리들의 삶이 말할 수 없이 고귀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내 삶에 남겨진 타인의 흔적들, 그리고 타인의 삶에 기쁨 혹은 상처로 남은 나의 흔적들, 그것의 숙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늘 후회하고 부정해온 나의 삶도 온전히 껴안을 수 있다는 자기 용서의 사상이지요.

사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의 삶은 원래 이렇지 않았다고 강변하거나, 아무도 몰래 자기 삶의 일부분을 감추고 지우고자 하는 게 우리들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눈감고 싶은 나의 삶이 타인에게는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이 아니었다면?  반대로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나의 인생이 사실은 타인에게 선사받은 것이라면?  한시간 전,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뻔했던 고압선을 손보다가 전기공이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이러한 무수한 희생의 고리로 현재의 삶을 누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또한 우리 자신 역시 타인을 위해 뭔가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점을 깨닫는다면 그 어떤 인생이라 해도 ‘비루함’이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읽다가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 추천해 봅니다. ^&^

 

*

 

우리는 우리가 천국에서 만나는 다섯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아는 것은 그 날에 제일 처음으로 만나게 될 분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은 압니다. 그런 소망과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성령 하나님이 내 안에 내주하고 계심을 인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 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 -고린도후서 5:10